도종환*

사랑의 길 - 도종환

효림♡ 2009. 7. 3. 08:06

 

* 사랑의 길 - 도종환

 

나는 처음 당신의 말을 사랑하였지

당신의 물빛 웃음을 사랑하였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였지 

당신을 기다리고 섰으면

강끝에서 나뭇잎 냄새가 밀려오고

바람이 조금만 빨리 와도

내 몸은 나뭇잎 소리를 내며 떨렸었지 

몇 차례 겨울이 오고 가을이 가는 동안

우리도 남들처럼 아이들이 크고  여름 숲은 깊었는데

뜻밖에 어둡고 큰 강물 밀리어 넘쳐

다가갈 수 없는 큰물 너머로

영영 갈라져 버린 뒤론 

당신으로 인한 가슴 아픔과 쓰라림을 사랑하였지

눈물 한 방울까지 사랑하였지

우리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할 깊은 고통도 사랑하였고

당신으로 인한 비어 있음과

길고도 오랠 가시밭길도 사랑하게 되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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