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연꽃 - 이광수

효림♡ 2009. 7. 21. 08:24

 

 

* 연꽃 - 이광수

임 주신 연꽃봉을 옥화병에 꽂아놓고

밤마다 내일이나 필까필까 하였더니

새벽이 가고 또 가도 필 뜻 아니 보여라

 

뿌리 끊였으니 핀들 열매 바라리만

모처럼 맺힌 봉을 못 펴보고 갈 양이면

제 비록 무심하여도 내 애닯아 어이리

 

이왕 못 필 꽃은 버림즉도 하건마는

시들고 마르도록 두고두고 보는 뜻은

피라고 벼르던 옛 뜻을 못내 애껴함이외다

 

* 연꽃 - 이문조
연잎에 맺힌 이슬방울 또르르 또르르

세상 오욕에 물들지 않는 굳은 의지

썩은 물 먹고서도 어쩜 저리 맑을까
길게 뻗은 꽃대궁에 부처님의 환한 미소

혼탁한 세상 어두운 세상 불 밝힐 이
자비의 은은한 미소 연꽃 너밖에 없어라.

* 붉은 연꽃 - 목필균 
살아온 길이 아무리 험한들
어찌 알 수 있을까

꼭 다문 붉은 입술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네 발자국

만나는 사람마다
환한 미소 보일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보시라고

진흙 뻘에 발 묻고도
붉은 꽃등으로 켜지는 너  

* 연꽃 못에 갔었네 - 이선영

연꽃 못에 갔었네

커다란 연꽃잎 진흙탕 가득 피어 있었네

 

누구의 빈 쟁반 같은 얼굴들일까

어렸을 때 안성 외가에서 먹어본 연밥

두리번거렸지만 연밥 따다줄 노옹은 보이지 않았네

 

못물에 발이 빨려들어갈까 두려웠네

연밥 따려던 옛 노옹들 몇이 더러는 실족했다지?

바닥 모를, 컴컴하고 아득한 거기서 저토록 천연하게 내민 얼굴들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오기라 해야 할까 대찬 희망일까

비유라 해야 할까 던져진 질문일까

죽음의 진창에서 삶은 한층 요괴롭다는 듯

연꽃, 저 턱없는 긍정의 개화(開花)! *

* 이선영시집[포도알이 남기는 미래]-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