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개심사 - 마종기

효림♡ 2009. 8. 24. 08:27

                

* 개심사(開心寺) - 마종기

 

구름 가까이에 선 골짜기 돌아
스님 한 분 안 보이는 절간 마당,
작은 불상 하나 마음 문 열어놓고
춥거든 내 몸 안에까지 들어오라네.

세상에서 제일 크고 넓은 색깔이
양지와 음지로 나뉘어 절을 보듬고
무거운 지붕 짊어진 허리 휜 기둥들,
비틀리고 찢어진 늙은 나무 기둥들이
몸을 언제나 단단하게 지니라고 하네.

절 주위의 나무뿌리들은 땅을 헤집고 나와
여기저기 산길에 드러누워 큰 숨을 쉬고
어린 대나무들 파랗게 언 맨손으로
널려진 자비 하나라도 배워보라 손짓하네.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집의 약속 - 문태준  (0) 2009.08.25
바깥 - 문태준  (0) 2009.08.25
물빛 1 - 마종기  (0) 2009.08.24
북두칠성 - 김명수  (0) 2009.08.20
둥근잎나팔꽃 -- 홍해리  (0) 2009.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