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바깥 - 문태준

효림♡ 2009. 8. 25. 08:43

* 바깥 - 문태준

 

장대비 속을
멧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탄환(彈丸)처럼 빠르다
너무 빠른 것은 슬프다
갈 곳이 멀리
마음이 멀리에 있기 때문이다

 

하얀 참깨꽃 핀 한 가지에서
도무지 틈이 없는 빗속으로
소용돌이 쳐 뚫고 날아가는
멧새 한 마리
저 전속력(全速力)의 힘
그리움의 힘으로
멧새는 어디에 가 닿을까

 

집으로?
오동잎같이 넓고 고요한 집으로?
중심(中心)으로?

다시 생각해도
나는
너무 먼
바깥까지 왔다

 

* 문태준시집[가재미]-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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