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리는 마음 - 김민부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 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 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봉덕사에 종 울리면 날 불러 주오
저 바다에 바람 불면 날 불러 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임 오지 않고
파도 소리 물새 소리에 눈물 흘렸네
* 균열
달이 오르면 배가 곯아
배 곯은 바위는 말이 없어
할 일 없이 꽃 같은 거
처녀 같은 거나
남 몰래 제 어깨에다
새기고들 있었다
징역 사는 사람들의
눈먼 사투리는
밤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힌 푸른 달빛
없는 것, 그 어둠 밑에서
흘러가는 물 소리
바람 불어……, 아무렇게나 그려진
그것의 의미는
저승인가 깊고 깊은
바위 속 울음인가
더구나 내 죽은 후에
세상에 남겨질 말씀쯤인가
* 가을은
가을은
들메뚜기의 비취빛 눈망울 속에서
등불을 켠다
가을은
죽은 가랑잎을 갉는
들쥐의 어금니에 번쩍거린다
가을은
묘비를 적시는
몇 줄기 비로 내려서.....이 하룻밤
내 슬픈 외도(外道)에 욱씬거리는
통증으로
온다
* 석류
불 타오르는 정열에
앵도라진 입술로
남 놀래 숨겨온
말 못할 그리움아
이제야 가슴 뻐개고
나를 보라 하더라
* 195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입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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