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운 꽃편지 7 - 김용택
가을이다
선들바람 부는
길가에
들패랭이꽃 한송이를 따서
너에게 주랴
풀벌레 우는 풀밭 속에 피는
들국 한송이를 꺾어다가
너에게 주랴
이 세상의 모든 그리움들이
길이 되어
이 세상으로 하얗게 뻗는
가을 저녁
꽃을 들고
너에게로 가는 길들은 모두 막힌다
돌아갈 길도 캄캄하게 어두워
풀벌레만 울어대는
이 가을 저녁
이 세상의 모든 그리움들은
별이 되어 반짝인다
내가 지금 너에게 줄
꽃 한송이를 들고 있음을 생각하며
너도
이 남쪽 하늘을 보렴
선들 바람 부는 가을 밤길에서
* 그리운 꽃편지 8
가을입니다
봄도 그렇지만
가을도 당신 없이
저렇게 꽃이 피니 유난합니다
봄꽃도 그렇지만
가을에 피는 꽃을 보며
꽃이라고 속으로는 쓰지만
꽃이라고 참말로는 못하고
꽃빛에 눈시울만 적십니다
우린 언제나
꽃을 꽃이라 부르며
꽃 앞에 앉아 볼는지요
우린 언제나
꽃을 꽃이라 부르면
꽃이 꽃으로 보일는지요
가을입니다
봄에도 그렇지만
가을에도 강변에 당신 없고
꽃밭이어서
눈시울만 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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