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나뭇잎 나뭇잎 - 김은자

효림♡ 2009. 11. 10. 08:25

* 나뭇잎 나뭇잎 - 김은자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세상은 푸른 갈채인 줄 알았다 부산의 대신동

맨 처음 열린 바닷속에 남청색  물고기들로 뿔뿔이 달아나며, 달아나며

뜸하던 세상의 갈채 소리

 

나의 사랑을 만났을 때 그대 높은 바닷속으로 휘달렸다 희디흰 희열로

몸을 떨며 내려찍는 햇살에 알몸을 던지던 거대한 은색 지느러미의 고기

사랑이 다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대 떨어지는 중에 가장 가벼운 존재여 어느 밤 사이 나의 귀 순해지고

뭍으로 돌아오는 단정한 그대 발소리 듣게 된다 젖어가는 나날의 파릇한

아픔 속에 사려 깊은 하늘이 고요히 물살지며 가라앉는다

*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민예원 

 

* 근심의 별에게 
근심하지 말라
이렇게 깨어 있으니
근심으로 잠들 수 없으니
나뭇잎들이
그 이름 없는 것들조차
돋은 자리에서 떨어져
바람 안에 안길 때까지는
반짝이는 일만으로 세상의
구름 안에 반짝이므로
나의 이마 위에 언제나
더운 피 한 방울
아침에 새로 돋는 이슬 안에
너의 꿈이 편안하기까지는
나의 별이여
나는 근심할지라도
너는 말라
너의 빛 너의 사랑 흐려지므로

 

* 떠도는 숨결  

죄 있는 곳에

겨울 강(江)이 먼저 풀리고


웅신산(熊神山) 떠날 적에

겹겹이 껴입은 누비옷 앞가슴

맺어놓은 고름 풀고 또 풀어


그대 기쁜 숨결

어느 옷솔기 안에 숨었는지 떠났는지

버드나무 가지 위에 아직 떠도는지……


흘러온 피의 독(毒)과 꿈으로 길러

청명(淸明) 곡우(穀雨) 지난 보리톨처럼 살찌운

새푸른 이가 줄지어 나와


서하(西河) 옛물을 향해

궁글어 떨어진다

청동(靑銅)의 나팔소리 뒤에 남기며 

* 김은자시집[떠도는 숨결]-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