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사랑의 전설 - 서정윤

효림♡ 2009. 12. 16. 08:50

 

* 사랑한다는 것으로 - 서정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

 

* 의미 
사랑을 하며 산다는 건
생각을 하며 산다는 것보다
더 큰
삶에의 의미를 지니리라

바람조차 내삶의 큰 모습으로 와닿고
내가 아는
정원의 꽃은 언제나
눈물빛 하늘이지만

어디에서든 우리는 만날 수 있고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는 잊혀질 수 있다
사랑으로 죽어간 목숨조차
용서할 수 있으리라

사랑을 하며 산다는 건
생각을 하며 산다는 것보다
더 큰
삶에의 의미를 지니리라 *

 

* 그대를 사랑하는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여서
살아 있는 '나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 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나는 그대를 좋은 친구로 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대는 나에게
즐겨 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두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이 될 수 있겠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

 

* 묘비명 
사랑하는 이여

나의 묘비에는 이렇게 적어주오 


여기 들꽃처럼 피어

긴 세월의 한 점을 지나간,

사랑으로  살다가 흙으로 사라진

고단한 영혼이 잠들어 있네

사랑은 기쁨의 순간보다

고통의 나날이 더 많은 것을

하지만 젊은 환희가

머나먼 날들의 힘겨움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고

 

자신의 가슴에 있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너무 늦게 깨달아

영원히 꿈틀대며 기어다닐 것 같았던

배추흰나비 애벌레처럼

미래의 준비된 계획을 알지 못해 허둥대다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놀라

파도처럼 뒷 물결에 떠밀리어

바위에 가서 깨져버린 상처 많은 시인이었다고

 

사랑하는 이여

내 삶의 많은 부분이 그대 위에 있고

내 생각의 큰 부분이 그대 향해 있네

순간순간 내 마음의 진실을 말하지만

그것이 진리가 되지는 못하였기에

나는 꽃이 진 들풀이 되어

거친 새들로부터 씨앗들을 지키고 있네

그대를 구름의 높이로 올리네 *

 

* 사랑의 전설 

사랑은 아름다워라

그대 눈빛을 보고 있으면

나는 촛불이 다 타는 것도 잊고
떨리는 내 그림자를 숨기며

그냥 그대 앞에만 있고 싶어라

 

사랑은 굳건하여라
나의 생각이 요구하는 어떤 것도
그대를 향한 믿음의 나무보다 

튼튼하지 못하고
한갓 말이 부리는 재주에

흔들리지 않는 사랑으로
내 그대에게 다가가리니

 

사랑은 생명이어라
메마른 마음의 깊은 계곡에

풀이 돋아 꽃을 피우는 사랑은
죽음조차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전설이어라

 

하지만 사랑은 아픔이어라
그 끝 보이지 않는

오랜 기다림으로도
사랑의 속삭임을 들을 수 없어

내 소중한 나를 다 버려도
사랑의 미소는 잡을 수 없다
사랑의 아픔은 더욱 소중하여라


오래 남는다

사랑의 상처는 너무 오래 남는다
아득한 시간이 흘러 아픔 사라져도

상처의 흔적은 남아
슬프지 않은 추억이 된다

사랑의 전설이 된다
사랑의 전설은 언제나 아름답다 * 

* 서정윤시집[홀로서기]-문학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