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해사(望海寺) - 송종문
만경강이 서해 바다와 만나고
김제 광활 들녘 달려온 바람의 끄트머리
거기 조그만 절 하나 꿈인 듯 있지
나 끝 모를 아픔에 허덕여 그곳
전생엔 듯 한번쯤 가본 기억 있는 것도 같은
망해사에 갈 적마다 목탁 소리 대신
나뭇잎들의 낮은 불경 소리만 들렸지 누군가
이 세상 아픔으로 살아가는 이가 피워놓은
향 냄새만 맡고 돌아왔지
처음엔 하나 작은 씨앗이었을
강을 건너왔을지도, 어쩌면
바다를 헤엄쳐 와 생사의 물언덕을 기어오른
지친 영혼의 싹이었을
지금은 아름드리 느티나무 한 그루
바다 쪽으로 귀 기울인 듯
광활 들녘 고개 들어 굽어보듯 서 있는 것만 보다 돌아왔지
끝끝내 스님 한 번 보지 못하고
눈 내리는 날 누군지 모를 발자국만 보고 돌아왔지
돌아오는 동안에도 옛 얘기처럼 눈은 내려
발자국 지우고 절을 덮고 그 절 찾아 헤매던
나의 아픔도 묻혀버리고
지금쯤 이 세상에는 없을지 모를
있다면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아린 가슴속에나 숨어 있을 望海寺 *
*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망해사 - 박성우
심포에는 바다에 몸을 던지려다가
문득, 머리를 깎은 뒤
제 스스로 절이 된 망해사가 있다
시퍼렇게 깎은 머리를 한 채
벼랑 끝에 가부좌 틀고 앉아 수행하는
망해사 낙서전이 있다
망해의 생살을 밀고 나온
검붉은 사리 하나 서해로 떨 어 진 다
닮아진 염주처럼 떠 있던 고군산열도
바닷물 붉게 그 사리를 닦는다
잘 씻겨진 보름달이 젖은 채로
곧 올려질 것이다 *
* 박성우시집[거미]-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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