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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12곡(陶山十二曲) - 李滉

효림♡ 2010. 10. 31. 21:53

* 陶山十二曲 - 李滉

 

* 言


*其一

이런들 엇더하며 져런들 엇더하료

초야우생(草野愚生)이 이러타 엇더하료

하믈며 천석고황(泉石膏肓)을 곳쳐 무슴하리

 

이렇게 산들 어떠하며, 저렇게 산들 어떠한가

초야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서생이 이렇게 산들 어떠할 것인가

하물며 자연을 몹시 사랑하는 병을 고쳐서 무엇하리

 


* 其二

연하(煙霞)에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

태평성대(太平聖代)에 병으로 늘거가뇌

이 중에 바라는 일은 허믈이나 업고쟈

 


안개와 놀을 집으로 삼고 풍월을 친구로 삼아

태평성대에 병으로 늙어가지만

이 중에 바라는 일은 사람의 허물이나 없었으면...

 


* 其三

순풍(淳風)이 죽다하니 진실로 거즛말이

인성(人性)이 어지다하니 진실로 올흔 말이

천하(天下)에 허다 영재(英才)를 소겨 말슴할가

  

예부터 내려오는 순수한 풍습이 줄어 없어지고 사람의

성품이 악하다고 하니 이것은 참으로 거짓이다

인간의 성품은 본디부터 어질다고 하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러므로 착한 성품으로 순수한 풍습을 이룰 수 있는 것을

그렇지 않다고 많은 슬기로운 사람(영재)을 속여서 말할 수 있을까?

 


* 其四

유란(幽蘭)이 재곡(在谷)하니 자연이 듯디 죠희

백설(白雪)이 재산(在山)하니 자연이 보디 죠해

이 중에 피미일인(彼美一人)을 더옥 닛디 못하얘

 

 

그윽한 난초가 골짜기에 피어 있으니 듣기 좋아

흰눈이 산에 가득하니 자연이 보기 좋아

이 중에 저 아름다운 한 사람을 더욱 잊지 못하네

 


* 其五

산전(山前)에 유대(有臺)하고 대하(臺下)애 유수(有水) 로다

떼 많은 갈며기는 오명가명 하거든

엇더타 교교(皎皎) 백구(白鷗)는 멀리 마음 하는고

 

 

산 앞에 높은 대가 있고, 대 아래에 물이 흐르는구나

떼를 지어 갈매기는 오락가락 하거든

어찌하여 희고 깨끗한 갈매기는 나로부터 멀리 마음을 두는고

 


* 其六

춘풍(春風)에 화만산(花萬山)하고 추야(秋夜)에 월만대(月萬臺)라

사시가흥(四時佳興)이 사람과 한가지라

하믈며 어약연비(魚躍鳶飛) 운영천광(雲影天光)이야 어내그지 이시리

 

봄바람에 꽃은 산에 가득 피어 있고 가을밤에는 달빛이 누대에 가득히 비치니

춘하추동 사계절이 각기 지닌 멋은 사람의 흥겨워함과도 같구나

더욱이나 고기는 물에서 뛰놀고 소리개는 하늘을 날으니 흘러가는 구름은 그림을 남기고

밝은 햇빛은 온 누리를 비추는 저 대자연의 아름다운 조화에 어찌 한도가 있을 수 있겠느냐?

 

 

* 言學

 

* 其一

천연대 도라드러 완락재 소쇄(瀟灑)한듸

만권(萬卷) 생애(生涯)로 낙사(樂事) 무궁(無窮)하얘라

이 중에 왕래(往來) 풍류를 닐러 므슴할고

 

천연대를 돌아서 들어가니, 완락재가 아담하고 깨끗하게 보인다

거기서 만 권이나 되는 많은 책을 벗삼아 한평생을 보내는 즐거움이란 무궁무진하구나

이렇게 지내면서 때때로 바깥을 거니는 재미를 말한들 무엇하랴?

* 其二

뇌정(雷霆)이 파산(破山)하여도 농자(聾者)는 못 듯나니

백일(白日)일 중천하야도 고자(瞽者)는 못 보나니

우리는 이목 총명(聰明) 남자로 농고(聾瞽)같지 마로리

 

 

우레 소리가 산을 깨뜨릴 듯이 심하게 울어도 귀머거리는 못 듯네

밝은 해가 하늘 높이 올라도 눈 먼 사람은 보지 못하네

우리는 귀와 눈이 밝은 남자가 되어서 귀머거리나 소경 같지 말아야 하리

 

* 其三

고인(古人)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봇 뵈

고인을 못 뵈도 녀던 길 알페 잇네

녀던 길 알페 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옛 어른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나도 그분들을 못 보네

그러나 그분들이 행하던 길은 아직도 앞에 놓여 있네

그렇듯 올바른 길이 우리 앞에 있는데 그를 따르지 않고 어찌할고?

 

* 其四

당시(當時)에 녀던 길흘 몃 할을 버려 두고

어듸 가 다니다가 이제아 도라온고?

이제야 도라오나니 년 듸 마음 마로리

 

 

그 때 뜻을 세우고 학문 수양에 힘쓰던 길을 몇 해씩이나 버려 두고

어디에 가서 무엇하다가 이제야 돌아왔는고?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다른 곳에 마음 두지 말고 옛날에 하던 학문 수양하리라

 


* 其五

청산(靑山)은 엇데하야 만고(萬古)애 프르르며

유수(流水)는 엇데하야 주야(晝夜)에 긋디 아니하는고

우리도 그치디 마라 만고상청(萬古常靑)호리라

 

푸른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흐르는 물은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영원히 푸르리라

 

* 其六

우부(愚夫)도 알며 하거니 긔 아니 쉬운가?

성인도 못다 하시니 긔 아니 어려온가?

쉽거나 어렵거나 중에 늙는 줄을 몰래라

 


어리석은 자도 알아서 행하니 학문의 길이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성인도 다하지 못하는 법이니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쉽든 어렵든 간에 학문을 닦는 생활 속에 늙는 줄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