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새봄 1~9 - 김지하

효림♡ 2011. 3. 2. 10:10

* 새봄 1 - 김지하  
바람 차다
온몸에 새순 돋는다

새들이 우짖는다
터파기 굉음이 시끄럽다

쓰레기산 난지도
통일전망대 가는 길

 

* 새봄 2 

삼월 

온몸에 새순 돋고 

 

꽃샘바람 부는 

긴 우주에 앉아 

진종일 편안하다

 

밥 한술 떠먹고
몸아픈 친구 찾아
불편한 거리를
어칠비칠 걸어간다

세월아 멈추지 마라
지금 여기 내 마음에
사과나무 심으리라

 

* 새봄 3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순과 얘기하며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 
 

 

* 새봄 4 

아직 살아 있으니
고맙다

하루 세 끼
밥 먹을 수 있으니
고맙다

새봄이 와
꽃 볼 수 있으니
더욱 고맙다

마음 차분해
우주를 껴안고

나무밑에 서면
어디선가
생명 부서지는 소리
새들 울부짖는 소리 *

 

* 새봄 5 

꽃 한번
바라보고 또 돌아보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봄엔 사람들
우주에 가깝다 *

 

* 새봄 6 

꽃 사이를
벌이 드나들고

아기들
공원에서 뛰놀 때

가슴 두근거린다
모든 것 공경스러워
눈 가늘어진다
 *

 

* 새봄

우주의 밑바닥에서
목련이 피어오른다

푸른 새순 돋는가
온몸 쑤시고

우울의 밑바닥에서
우주가 떠오른다

마음에 나직한
새 울음 소리

외로움이 외로움과 손잡고
나무가 나무와 얽히는
바람 부는 작은 봄 공원

나는 없고
우울의 얼굴만
하늘로 높이 떠오른다

거기 쓰여 있다
사람은 영생
사람은 무궁이라고


우울은 어느덧
자취없이 사라지고
나비 한 마리
하늘하늘 난다 *

 

* 새봄 8 

내 나이
몇인가 헤아려보니

지구에 생명 생긴 뒤 삼십오억살
우주가 폭발한 뒤 백오십억살
그전 그후 꿰뚫어 무궁살

아! 무궁

나는 끝없이 죽으며
죽지 않은 삶

두려움 없어라

오늘
풀 한 포기 사랑하리라
나를 사랑하리 *

* 김지하시집[중심의 괴로움]-솔

 

* 새봄 9  

벚꽃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