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우화등선(羽化登仙) - 김용택

효림♡ 2012. 4. 19. 11:31

* 우화등선(羽化登仙) - 김용택 
형, 나 지금 산벚꽂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 버릴 년
어디 없을까. *

 

* 남쪽 

여그, 남쪽이구만요

뭔 꽃이 이런다요

매화꽃도 피어불고,

복사꽃도 피어불고,

산수유꽃도 피어불고,

내 마음도 덩달아 이리 지랄이고

뭔 꽃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모다 피어분다요

이 꽃들이 시방 제정신이 아니지라

다 미쳤지라

 

* 절정

세상의 가장 깊은 곳에서

세상의 가장 슬픈 곳에서

세상의 가장 아픈 곳에서

세상의 가장 어둔 곳에서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때

 

미쳐서

 

꽃은 핍니다. *

 

* 입맞춤
달이 화안히 떠올랐어요.

그대 등 뒤 검은 산에

흰 꽃잎들이 날았습니다.

검은 산 속을 나와

달빛을 받은

감미롭고도 찬란한

저 꽃잎들

숨 막히고, 어지러웠지요.

휘황한 달빛이야 눈 감으면 되지만

날로 커가는 이 마음의 달은

무엇으로 다 가린답니까. *

* 당신 생각

홍매 피는

선암사에 갑니다.

꽃이 지는 매화나무 아래에서

당신 생각 하겠어요.

하나 둘 셋 넷

지는 붉은 꽃잎이 땅에 닿기 전에

내 마음 실어

그대 곁으로

날려 보낼랍니다. 

 

* 속눈썹

산그늘 내려오고

창밖에 새가 울면

나는 파르르

속눈썹이 떨리고

두 눈에

그대가 가득 고여온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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