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봇대 - 함민복
전등 밝히는 전깃줄은 땅속으로 묻고
저 전봇대와 전깃줄에
나팔꽃, 메꽃, 등꽃, 박꽃......올렸으면
꽃향기, 꽃빛, 나비 날갯짓, 벌 소리
집집으로 이어지며 피어나는
꽃봇대, 꽃줄을 만들었으면 *
* 곡선
사랑은 곡선이다
곡선의 씨앗은 하트♡다!
* 마흔 번째 봄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꽃 지는 봄 산처럼
꽃 진 봄 산처럼
나도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보았으면 *
* 다리의 사랑 6
다리야 힘들다고
절벽과 강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
그것들이 아니었던들 네가 존재하기나 했었겠냐
그것들이 있어 너는 존재한다
* 다리의 사랑 9
눈물 못 박히지 않은 사랑은 없다//
사이가 있어 다리가 있고//
눈물은 뜨겁다
* 밴댕이
팥알만 한 속으로도
바다를 이해하고 사셨으니
자, 인사드려야지
이분이
우리 선생님이셔! *
* 천둥소리
천둥소리 큰 울림에
한 소리 깨우쳤는가
비 갠 아침
울음소리 조율하는지,
방울새 울음소리 더 맑고
까치 울음소리 더 간결하다
모르지,
천둥소리에 내 귀가 맑게 닦여
그렇게 들리는지도 *
* 세월
문에 창호지를 발라보았지요
창호지를 겹쳐 바르며
코스모스 꽃무늬도 넣었지요
서툰 솜씨에
울어, 주름질 것 같던 창호지
햇살에 말리면
팽팽하게 펴졌지요
손바닥으로 두들겨보면
탱 탱 탱 덩 덩 덩
맑은 북소리 났지요
죽고 싶도록 속상하던 마음도
세월이 지나면
마음결 평평하게 펴져
미소 한 자락으로
떠오르기도 하지요 *
* 운주사
비 내려
와불의 눈에 빗물 고인다
내 아픔이 아닌
세상의 아픔에 젖을 수 있어
내리는 비도
눈물이구나
그렇게, 다 그렇게 되어
세상에
눈물의 강 흐르면
그 위를
마음 배들
구름처럼 평화롭게
떠갈 수 있다는 설법인가
북두칠성 낮게 끌어내린 뜻도 알 듯한
* 함민복시집[꽃봇대]-대상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멸치의 아이러니 - 진은영 (0) | 2012.09.12 |
---|---|
파란 가을의 시 - 곽재구 (0) | 2012.08.31 |
하일서정(夏日抒情) - 오탁번 (0) | 2012.08.13 |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0) | 2012.08.13 |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0) | 2012.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