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꽃봇대 - 함민복

효림♡ 2012. 8. 23. 10:08

* 꽃봇대 - 함민복

전등 밝히는 전깃줄은 땅속으로 묻고

저 전봇대와 전깃줄에

나팔꽃, 메꽃, 등꽃, 박꽃......올렸으면

꽃향기, 꽃빛, 나비 날갯짓, 벌 소리

집집으로 이어지며 피어나는

꽃봇대, 꽃줄을 만들었으면 *

 

* 곡선

사랑은 곡선이다

곡선의 씨앗은 하트♡다! 

 

* 마흔 번째 봄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꽃 지는 봄 산처럼

꽃 진 봄 산처럼

 

나도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보았으면 *

 

* 다리의 사랑 6

다리야 힘들다고

절벽과 강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

그것들이 아니었던들 네가 존재하기나 했었겠냐

그것들이 있어 너는 존재한다 

 

* 다리의 사랑 9

눈물 못 박히지 않은 사랑은 없다//

사이가 있어 다리가 있고//

눈물은 뜨겁다 

 

* 밴댕이

팥알만 한 속으로도

바다를 이해하고 사셨으니

 

자, 인사드려야지

 

이분이

우리 선생님이셔! *

 

* 천둥소리

천둥소리 큰 울림에

한 소리 깨우쳤는가

비 갠 아침

 

울음소리 조율하는지,

방울새 울음소리 더 맑고

까치 울음소리 더 간결하다

 

모르지,

천둥소리에 내 귀가 맑게 닦여

그렇게 들리는지도 *

 

* 세월

문에 창호지를 발라보았지요

창호지를 겹쳐 바르며

코스모스 꽃무늬도 넣었지요

서툰 솜씨에

울어, 주름질 것 같던 창호지

햇살에 말리면

팽팽하게 펴졌지요

손바닥으로 두들겨보면

탱 탱 탱 덩 덩 덩

맑은 북소리 났지요

 

죽고 싶도록 속상하던 마음도

세월이 지나면

마음결 평평하게 펴져

미소 한 자락으로

떠오르기도 하지요 *

 

* 운주사

비 내려

와불의 눈에 빗물 고인다

내 아픔이 아닌

세상의 아픔에 젖을 수 있어

내리는 비도

눈물이구나

그렇게, 다 그렇게 되어

세상에

눈물의 강 흐르면

그 위를

마음 배들

구름처럼 평화롭게

떠갈 수 있다는 설법인가

북두칠성 낮게 끌어내린 뜻도 알 듯한

* 함민복시집[꽃봇대]-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