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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나이 - 김재진

효림♡ 2013. 2. 19. 17:44
* 슬픔의 나이 - 김재진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 해서

우주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내가 네게로부터 멀어진다 해서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밤은 세상에 있는 모든 별을 산 위로 데려오고

너는 네 안에 있던 기쁨 몇 개 내게로 데려왔지만

기쁨이 있다 해서 슬픔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기쁨을 더한 만큼 세상은 아주 조금 풍요로워졌을 뿐

달라진 건 없다.

꽃은 그 자리서 향기를 내뿜고 있고

둥근 나이테 새기며 나무는 조금 더

허공을 향해 두 팔을 뻗을 뿐이니

누구도 내가 초대한 이별을 귀 기울여 듣는 이 없고

사라져간 별똥별의 길게 드리운 꼬리 위로

휘황한 아픔을 새겨 넣는 이도 없다.

그렇게 우리는 흔적 없이 지워질 것이다.

네가 내 영혼에 새겨 넣고 내가 네 영혼에 조그맣게 파놓은

우물이나 그리움 같은 것들도

자국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

 

* 김재진시집[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시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