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기도 - 헤르만 헤세

효림♡ 2014. 7. 1. 13:47

 

* 인도하소서 J. H. Newman (영국의 가톨릭 사제)

인도하소서, 부드러운 빛이여,

사방은 어두움에 잠기오니

그대 나를 인도하소서.

밤은 깊고 집까지는 길이 멉니다.

나를 인도 하소서.

내 발을 지켜 주소서.

먼 경치를 보려고 구하는 것이 아니오니

한발치만 밝혀 주시면 족하나이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네 빛이 나를 인도해 달라고 기도한 적도 없었습니다.

나는 스스로 택하고 나의 길을 가기를 좋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젠 나를 인도하소서.

 

나는 화려한 날을 좋아했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의 뜻은 교만에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일랑 기억하지 말아 주소서.

 

당신의 힘이 나를 축복하여 주셨사오니

그 힘이 나를 아직도 인도하여 주시리다.

 

늪과 울타리를 넘고 개울과 자갈길을 넘어

밤이 가고 날이 밝을 때까지 나를 인도 해 주시리다.

아침이 되면 그토록 보고자 하였건만 잠시 잊었던

저 천사들이 밝게 미소 지으리이다. *

 

*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 - 샤를 드 푸코 

아버지, 이 몸을 당신께 바치오니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저를 어떻게 하시든지 감사드릴 뿐,

저는 무엇에나 준비되어 있고, 무엇이나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저와 모든 피조물 위에 이루어진다면

이밖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내 영혼을 당신 손에 도로 드립니다.

당신을 사랑하옵기에 이 마음의 사랑을 다하여 제 영혼을 바치옵니다.

하나님이 내 아버지시기에 끝없이 믿으며

남김없이 이 몸을 드리고 당신 손에 맡기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저의 사랑입니다. *

 

* 기도 - 헤르만 헤세 

신이여, 저를 절망케 해주소서.

당신에게가 아니라 저 자신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미친 듯이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을 핥게 하소서.

모든 지옥을 맛보게 하소서.

제 자신을 지탱하기를 돕지 마시고

제가 뻗어 나가는 것을 돕지 마소서.

 

당신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저의 온 신의가 이지러질 때

그때에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어 가고 싶은 것은

오직 당신 속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 고름짜기 - 문병란 
어릴적 고름이 든 종기를
나는 아파서 끙끙대며
만지기만 하고 짜지를 못했다.
고름은 피가 썩는 것이고
고름은 결코 살이 안 된다고
어머니는 감히 선언하셨다.
손만 살짝 닿아도 엄살을 떠는 나에게
어머님는 약창까지 나와야 낫는다고
발끈 눌러 버렀다.

 
전신의 충격, 눈알이 아리면서
마침내 종기는 터지고
피고름과 함께 뿌리가 뽑혔다.
썩은 고름이 빠진 자리에
새 살이 차고  다시 피가 돌고
마침내 상처는 깨끗이 나았다.

 
종기가 무서워 슬슬 만지며
고름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겁쟁이
살이 썩고 피가 썩고
마침내 온몸이 썩을 때까지
우리는 아프다고 바라만 볼 것인가.

 
슬슬 어루만기거나 하며
거죽에 옥도정기나 바르며
진정으로 걱정하는
어머니의 손길을 거부할 것인가.

 
언제까지나 고름을 지니고
이 악취, 이 아픔을 견딜 것인가
고름은 피가 되지 않는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어머님은 자꾸만 외치고 있구나! *

 

* 살아있는 기도

약한 이에게 평화를 주소서!

모든 복수심과 증오와 보복하고자 하는 욕구가

종말을 고하게 하서서!

죄악이 모든 척도를 능가하고 있으며

인간의 이해심은 더 이상 이들을 다스릴 수 없습니다.

순교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주여.

당신의 공정한 저울 위에서 그들의 고통을 재지 마시고

박해하는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셈에 의한

정확한 고통을 주지 마옵소서.

이들에게는  달리 보답하소서!

사형을 주관하는 사람들, 반역자

모든 악한 인간들에게는

용기와 영적인 힘과 겸손과 위엄과

끊임없는 내적인 노력과 회상과

눈물을 거두는 미소와 죽음

아니, 가장 연약한 순간에 있어서도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랑을 마음에 내려주소서.

오 주여!

이 모든 것들이 당신 앞에

죄의 관용을 위해 놓여지고

악이 아닌 선을 고려해 주옵소서!

그리고 저희들은 적대감을 가진 자들의 기억 속에서

회한(悔恨)으로서가 아니라,

또한 악몽이나 유령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이 범하는 죄악에서 벗어나려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 되게 하소서!

저희가 원한는 것은 이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후에는 저희로 하여금

사람으로서 사람 중에 살 수 있도록 해 주시고

우리의 가난한 지상에도

선한 자와 악한 자에게 평화가 오게 해 주소서! *

*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강제 노동수용소안에서 한 유대인이 쓴 기도

 

* 독일 어떤 노인의 시  
이 세상에서 최상의 일은 무엇일까?
기쁜 마음으로 나이를 먹고
일하고 싶지만 쉬고
말하고 싶지만 침묵하고
실망스러워질 때 희망을 지니며
공손히 마음 편히 내 십자가를 지자.
 
젊은이가 힘차게 하느님의 길을 가는 것을 보아도
시기하지 않고
남을 위하여 일하기 보다
겸손되이 다른 이의 도움을 받으며
쇠약하여 이제 남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어도
온유하고 친절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
 
늙음의 무거운 짐은 하느님의 선물
오랜 세월 때묻은 마음을 이로써 마지막으로 닦는다.
참된 고향으로 가기 위해
자기를 이승에 잡아두는 끈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가는 것.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이리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그것을 겸손되이 받아들이자.
하느님은 마지막으로 제일 좋은 일을 남겨두신다.
그것은 기도이다.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합장만은 끝까지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모든 사람 위해
하느님이 은총을 베푸시도록 빌기 위해서
모든 것이 다 끝나는
임종의 머리맡에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오너라, 나의 벗아, 나 너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 바보가 바보들에게-김수환추기경잠언집 - 산호와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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