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가을에 - 김초혜
오랫동안
불타는
단풍이 부럽다 *
* 안부
강을 사이에 두고
꽃잎을 띄우네
잘 있으면 된다고
잘 있다고
이때가 꽃이 필 때라고
오늘도 봄은 가고 있다고
무엇이리
말하지 않은 그 말 *
* 마음 화상
그대가
그림 속의 불에
손을 데었다면
나는 금세
3도 화상을 입는다
마음의 마음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화상을 입는다 *
* 오늘
세월에 치여
육신의 수레는 낡고 헐어도
마음길은
붉은 꽃으로
천리를 간다 *
* 황혼
빨리 흐르라고
떠밀지 않아도
낙엽 한 잎 띄우고
강물은
사정없이 흐른다 *
* 진정한 나이
나이와 사이가 좋아지니까
사소한 것도 아름답다.
나이를 못 따라가면
후회와 탄식이 쌓이고
너무 앞질러 가면
길잡이를 잃는다. *
* 삶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손자 재면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할머니 *
* 손자를 위하여
하루에 삼천 번을 만난대도
어찌 반갑지 않으랴
웃는 모습도
우는 모습도
참으로 눈부셔라
봄 다음에도
봄만 오게 하는 아이야
잎이 피고 자라고
꽃이 피고 만개해
앞으로 오는
100년 내내 봄이거라 *
* 사랑
소리를 내면 깊은 강이 될 수 없다 *
* 괴산 가는 길
산 너머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어머니,
하고 부른다 *
* 아집
해는 해를 보지 못하고
달은 달을 못 보듯
그대는 그대를 모르고
나는 나를 모르리 *
* 산수유꽃
밤도 층층이 깊고
산도 겹겹이 깊었는데
풍경 소리는
비에 젖어
산수유꽃을 피운다
봄인들 어떻고
봄이 아닌들 어떠랴.
* 김초혜시집[사람이 그리워서]-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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