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이 가을에 - 김초혜

효림♡ 2015. 9. 14. 09:00

* 이 가을에 - 김초혜  

오랫동안

불타는

단풍이 부럽다 *

 

* 안부

강을 사이에 두고

꽃잎을 띄우네

잘 있으면 된다고

잘 있다고

이때가 꽃이 필 때라고

오늘도 봄은 가고 있다고

무엇이리

말하지 않은 그 말 *

 

* 마음 화상
그대가
그림 속의 불에
손을 데었다면
나는 금세
3도 화상을 입는다

 

마음의 마음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화상을 입는다 *

 

* 오늘

세월에 치여

육신의 수레는 낡고 헐어도

 

마음길은

붉은 꽃으로

천리를 간다 *

* 황혼

빨리 흐르라고

떠밀지 않아도

낙엽 한 잎 띄우고

강물은

사정없이 흐른다 *

* 진정한 나이

나이와 사이가 좋아지니까

사소한 것도 아름답다.

 

나이를 못 따라가면

후회와 탄식이 쌓이고

 

너무 앞질러 가면

길잡이를 잃는다. *

* 삶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손자 재면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할머니 *

* 손자를 위하여

하루에 삼천 번을 만난대도

어찌 반갑지 않으랴

웃는 모습도

우는 모습도

참으로 눈부셔라

봄 다음에도

봄만 오게 하는 아이야

잎이 피고 자라고

꽃이 피고 만개해

앞으로 오는

100년 내내 봄이거라 *

* 사랑

소리를 내면 깊은 강이 될 수 없다 *

* 괴산 가는 길 

산 너머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어머니,

하고 부른다 *

* 아집 

해는 해를 보지 못하고

달은 달을 못 보듯

그대는 그대를 모르고

나는 나를 모르리 * 

 

* 산수유꽃  

밤도 층층이 깊고

산도 겹겹이 깊었는데

 

풍경 소리는

비에 젖어

산수유꽃을 피운다

 

봄인들 어떻고

봄이 아닌들 어떠랴.

 

* 김초혜시집[사람이 그리워서]-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