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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辛丑正旦) - 이규보

효림♡ 2016. 2. 8. 09:00

* 새해 아침에 - 이규보

 

화산(花山)에서의 열 번째 봄

신축년(1241) 정월 초하루

사람들은 당연히 설날을 축하하느라

바삐 모여 동네 어귀를 메웠을 테지.

세월이 돌고 돌아 다시 시작되는 건

천지가 생긴 이래 항상 그랬는데

언제나 있는 일을 뭘 그리 축하하나

이런 축하는 정말 쓸데없고 허망한

나는 지난해가 끝난 게 서글프지

새해로 바뀐 게 기쁘지 않다네

지난날 고운 얼굴이

늙고 추한 몰골로 변하지 않았는가

축하란 본디 남의 기쁜 일을 축하하는 것

탄식할 일을 축하하는 건 들어 보지 못했다네

다만 즐거운 일은, 바람과 날씨가 따뜻해져

하늘에 좋은 기운 넘쳐흐르고

풀과 나무들 꽃마음을 머금으며

지저귀는 새들 포근한 햇빛에 노니는 것

올해엔 시(詩)를 얼마나 지을 것이며

술은 또 몇 잔이나 마시게 될까

죽고 사는 일도 알 바 아니거늘

자질구레한 일이야 헤아려 무엇 하리.

 

* 辛丑正旦 - 李奎報

 

花山第十春  辛丑陬月旦

人應賀新正  奔集塡閭閈

歲月周復始  剖判已來慣

常事不須賀  是賀信浮誕

我悲舊歲闌  不喜新年換

曾不與韶顔  醞作老醜漢

賀本賀人喜  未聞賀所嘆

但欣風日和  氣色空中漫

草木含芳意  啼鳥弄微暖

今年作詩幾  飮酒又幾醆

生死猶未知  細事安足算 *

 

* 이규보선집-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