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오월에 - 조태일
오월은 온몸을 던져 일으켜세우는 달.
푸르름 속의 눈물이거나
눈물 속에 흐르는 강물까지,
벼랑 끝 모진 비바람으로
쓰러져 떨고 있는 들꽃까지,
오월은 고개를 숙여 잊혀진 것들을 노래하는 달.
햇무리, 달무리, 별무리 속의 숨결이거나
숨결 속에 사는 오월의 죽음까지,
우리들 부모 허리 굽혀 지켰던 논밭의 씨앗까지.
오월은 가슴을 풀어 너나없이 껴안는 달.
저 무등산의 푸짐한 허리까지
저 금남로까지
저 망월동의 오월의
무덤 속 고요함까지.
오월은 일으켜세우는 달
오월은 노래하는 달
오월은 껴안는 달
광주에서 세상 끝까지
땅에서 하늘 끝까지. *
* 조태일시집[풀꽃은 꺾이지 않는다]-창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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