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 - 박남준

효림♡ 2017. 9. 11. 09:00

 

 

* 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 - 박남준   

 

뭉게구름이 세상의 기억들을 그렸다 뭉갠다

아직껏 짝을 찾지 못한 것이냐

애매미의 구애는 한낮을 넘기고도 그칠 줄 모르네

긴 꼬리 제비나비 노랑상사화 꽃술을 더듬는다

휘청~ 나비도 저렇게 무게가 있구나

잠자리들 전깃줄에 나란하다

이제 저 일사불란도 불편하지 않다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떼가 꽃 덤불속에 몰려오고

봉숭아꽃잎 후루루 울긋불긋 져 내린다

하루해가 뉘엿거린다

깜박깜박 별빛만이 아니다

어딘가 아주 멀리 두고 온 정신머리가 있을 것인데

그래 바람이 왔구나 처마 끝 풍경소리

이쯤 되면 나는 관음으로 고요해져야 하는데

귀 뚫어라 귀뚜라미 뜰 앞에 개울물 소리

가만있자 마음은 어디까지 흘러갔나 *

 

* 안상학편저[시의 꽃말을 읽다]-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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