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 세 편 - 문태준
가을
엄마는 나한테 가랑잎 같은 잔소리를 해요
그래도 나는 엄마에게 쪼그만 가랑잎이 되어요
엄마 무릎 아래
잠이 올 때까지 가랑잎처럼 뒹굴어요 *
시험 망친 날
운동장을
아무도 없는
심심한 운동장을
신발을 질질 끌며
혼자 갈 때
해바라기들도 오늘은
고개를 푹 숙이고
한 줄로
담장 아래를 걸어간다 *
얼마나 익었나
할머니는 막 딴 모과에 코를 대보고
아주 잘 익었다, 한다
할머니는 내 머리꼬지에 코를 대보고
아직 멀었다, 하곤 꿀밤을 먹인다
나는 시골 모과보다 못한가보다 *
* 문태준시집[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학동네,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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