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정호승 동시 모음 2

효림♡ 2015. 4. 20. 08:30

* 여름밤 - 정호승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 밤엔 상추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 *

 

* 참새 

아버지가 내게 말씀하셨다

참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새한테 말했다

참새가 되어야 한다고 *

 

* 신발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내 신발이 말했다 발아, 미안하다

내 발도 말했다 신발아, 괜찮아? 너도 참 아프지? *

 

* 꽃과 나

꽃이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꽃을 바라봅니다

꽃이 나를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나도 꽃을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십니다

 

꽃은 아마

내가 꽃인 줄 아나 봅니다 *

* 나무의 마음

사람들은 나무의 그림자를

마구 밟고 다닌다

나무는 그림자가 밟힐 때마다

온몸에 멍이 들어도

동상에 걸린 발을

젖가슴에 품어 주던 어머니처럼

사람들의 발을

기꺼이 껴안아 준다 *  

* 민들레

민들레는 왜

보도블록 틈 사이에 끼여

피어날 때가 많을까

 

나는 왜

아파트 뒷길

보도블록에 쭈그리고 앉아

우는 날이 많을까 *

 

* 정호승동시집[참새]-처음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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