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 모음 5

효림♡ 2015. 4. 3. 09:30

* 설날 - 윤극영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구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 온 구두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 어머니도 호사 내시고

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세요.

 

우리 집 뒤뜰에다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잣 까고 호도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 뛰기가
나는나는 좋아요 참말 좋아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고요
우지우지 내 동생 울지 않아요.
이집 저집 윷 놀이 널 뛰는 소리
나는나는 설날이 참말 좋아요. *
 

-호사 내시고:차려 입으시고.

-우지:울보

 

* 늙은 잠자리 - 방정환

수수나무 마나님

좋은 마나님

오늘 저녁 하루만

재워주셔요.

아니 아니 안 돼요

무서워서요

당신 눈이 무서워

못 재웁니다.

 

잠잘 곳이 없어서

늙은 잠자리

바지랑대 갈퀴에

혼자 앉아서

추운 바람 슬퍼서

한숨 쉴 때에

감나무 마른 잎이

떨어집니다. *

-바지랑대:빨랫줄을 받치는 긴 막대기

 

* 개아미 - 김소월

진달래 꽃이 피고

바람은 버들가지에서 울 때,

개아미는

허리 가늣한 개아미는

봄날의 한나절, 오늘 하루도

고달피 부지런히 집을 지어라. *

-개아미:개미

 

* 부헝새 - 김소월

간밤에

창 밖에

부헝새가 와서 울더니,

하루를 바다 위에 구름이 캄캄.

오늘도 해 못 보고 날이 저무네. *

- 부헝새:부엉이

 

* 꽃밭 - 주요한 

나팔꽃이 피었네

백일홍이 피었네.

 

봉사남게 맺힌 씨가

까맣게 여물었네.

 

봉사 씨 여물었어도

새벽엘랑 받지 마라.

 

봉사남게 맺힌 이슬

치맛자락 다 질쿤다.

 

봉사남게 거미줄이

빗은 머리 얽어 준다. *

-봉사남게:봉숭아에. 봉사나무에.

-질쿤다:적신다

 

* 새떼 - 윤극영

세떼가 나간다

새떼가 나간다

물렀거라 하나둘셋

 

새떼가 나오셨다

새떼가 나오셨다

구경할 사람 오너라

 

풀밮에서 짝짝궁

모래밭에서 짝짝궁

 

물을 건너 산을 넘어

들로 나가 뚜루루

 

비리비리 종종종

비리비리 종종종

 

종달 꾀꼴 산새들이

나가신다 길 치워라. *

 

* 고드름 - 유지영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아요.

각시님 각시님 안녕하셔요.
낮에는 해님이 문안 오시고
밤에는 달님이 놀러 오시네.

고드름고드름 녹지 말아요.
각시님 방 안에 바람 들면은
손 시려 발 시려 감기 드실라. *

-영창:방을 밝게 하려고 방과 마루 사이에 낸 미닫이

 

* 햇빛은 쨍쨍 - 김종원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떡해 놓고

조각돌로 소반 지어

누나 엄마 데려다가

맛있게도 냐음냐음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호미 들고 괭이 메고

뻗어 가는 메 캐어서

엄마 아빠 데려다가

맛있게도 냐음냐음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돌아가신 사촌 누이

눈동자가 그리워서

종일토록 강변에서

섧게도 울었어라. * 

-소반:작은 상.

-:메꽃. 땅속줄기를 먹는다.

 

* '집보는 아기' 노래 - 윤석중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댁에.

   고추 먹고 맴 맴

   담배 먹고 맴 맴

 

할머니가 돌떡 받아 머리에 이고

꼬불꼬불 산골길로 오실 때까지.

   고추 먹고 맴 맴

   담배 먹고 맴 맴

 

아버지가 옷감 떠서 나귀에 싣고

딸랑딸랑 고개 넘어 오실 때까지.

   고추 먹고 맴 맴

   담배 먹고 맴 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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