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 오장환
눈물은
바닷물처럼
짜구나.
바다는
누가 울은
눈물인가. *
* 기러기
기러기는
어디로 가나.
달도,
별도,
꽁ㅡ, 꽁ㅡ, 죄 숨었는데
촛불도 없이 어떻게 가나. *
* 편지
누나야, 편지를 쓴다.
뜨락에 살구나무 올라갔더니
웃수머리 둥구나무,
조ㅡ그만하게 보였다.
누나가 타고 간 붉은 가마는
둥구나무 샅으로 돌아갔지,
누나야, 노ㅡ랗게 익은
살구도 따먹지 않고
한나절 그리워했다. *
* 내 생일
두루루루
두루루루
가는 맷돌은
빈대떡 부치려고 가ㅡ는 매,
내일은 내 생일.
두루루루
두루루루
엄마는 한나절 맷돌을 간다. *
* 별
별,
밤새도록 잠 안 자고 반짝이는 조그만 별아!
이슥ㅡ하여 내리는
밤이슬,
너는 촉촉이 젖겠다.
내일은
아침 햇볕 솟아올라도
숨지를 말고
부디, 밤에 적신 네 옷을
말려 입어라. *
* 정거장
정거장엔, 할머니 한 분,
차는, 벌써 떠나갔는데,
돌아가지도 않고,
기다립니다
어둑ㅡ한, 길목엔,
깜작, 깜작, 등불이
켜졌어도,
막차가 떠나간 정거장서
할머니는 누구를
기다리시는지,
우두커ㅡ니 서서,
돌아가지도 않고 기다리십니다. *
* 가는비
가는비가 내리면
송 송 송,
물방울이 솟아오르고
물고기들은
입을 쳐들며
송 송 송,
빗방울을 받아먹는다. *
* 늦은 봄
노래 먼저 건너옵니다.
누가 부는지
버들 숲에 호들기 소리.
가까이 들려오는 호들기 소리.
좁은 개울이지만
그래도 발 벗고 건너십시오.
해설피엔 게으른 송아지도
풀밭에 무릎 꿇고 웁니다. *
* 아침
까마귀 한 마리
게을리 노래하며
감나무에 앉았다.
자숫물 그릇엔
어름덩이 둘 *
* 화염(火焰)
한낮에 불이야!
황홀(恍惚)한 소방수(消防手) 나러든다
만개(滿開)한 장미에 호접(虎蝶) *
* [도종환의 오장환 詩 깊이 읽기]-실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