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오장환 동시 모음

효림♡ 2013. 2. 20. 16:52

* 바다 - 오장환

눈물은
바닷물처럼
짜구나.

바다는
누가 울은
눈물인가. *

 

* 기러기

기러기는

어디로 가나.

 

달도,

별도,

꽁ㅡ, 꽁ㅡ, 죄 숨었는데

촛불도 없이 어떻게 가나. *

 

* 편지

누나야, 편지를 쓴다.
뜨락에 살구나무 올라갔더니
웃수머리 둥구나무,
조ㅡ그만하게 보였다.
누나가 타고 간 붉은 가마는
둥구나무 샅으로 돌아갔지,
누나야, 노ㅡ랗게 익은
살구도 따먹지 않고
한나절 그리워했다. *

 

* 내 생일

두루루루

두루루루

가는 맷돌은

빈대떡 부치려고 가ㅡ는 매,

내일은 내 생일.

두루루루

두루루루

엄마는 한나절 맷돌을 간다. *

 

* 별

별,

밤새도록 잠 안 자고 반짝이는 조그만 별아!

이슥ㅡ하여 내리는

밤이슬,

너는 촉촉이 젖겠다.

내일은

아침 햇볕 솟아올라도

숨지를 말고

부디, 밤에 적신 네 옷을

말려 입어라. *

 

* 정거장

정거장엔, 할머니 한 분,
차는, 벌써 떠나갔는데,
돌아가지도 않고,
기다립니다
어둑ㅡ한, 길목엔,
깜작, 깜작, 등불이
켜졌어도,
막차가 떠나간 정거장서
할머니는 누구를
기다리시는지,
우두커ㅡ니 서서,
돌아가지도 않고 기다리십니다. *

 

* 가는비

가는비가 내리면

송 송 송,

물방울이 솟아오르고

물고기들은

입을 쳐들며

송 송 송,

빗방울을 받아먹는다. *

 

* 늦은 봄

노래 먼저 건너옵니다.

누가 부는지

버들 숲에 호들기 소리.

가까이 들려오는 호들기 소리.

좁은 개울이지만

그래도 발 벗고 건너십시오.

해설피엔 게으른 송아지도

풀밭에 무릎 꿇고 웁니다. *

 

* 아침

까마귀 한 마리

게을리 노래하며

감나무에 앉았다.

 

자숫물 그릇엔

어름덩이 둘 *

* 화염(火焰)

한낮에 불이야!

황홀(恍惚)한 소방수(消防手) 나러든다

 

만개(滿開)한 장미에 호접(虎蝶) *

 

* [도종환의 오장환 詩 깊이 읽기]-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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