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김용택
태성이가 엄마 빨래하는 데 따라와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태성아 그러다가 물에 빠질라
태성아 그러지마 그러다가 물에 빠질라
그래도 태성이는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 건너다닙니다.
그때 비행기가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갑니다.
태성이가 하늘을 쳐다보며
징검돌을 뛰어 건너다가
풍덩 물로 빠집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 수현이의 일기
오늘도 해가 질 때까지
동네 앞 찻길에서
밤을 팔았다.
사람들이 사 가기도 하고
안 사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물어보고 비싸다고 하면서
그냥 가는 사람도 있다.
밤을 팔면서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으면
너무 춥다. *
* 꼴등도 3등
달리기를
했다.
다해 1등
재석이 2등
나 3등
우리 반은
모두 세 명이다. *
* 지구
발등이 젖어요.
아침이거든요.
쑥이랑, 잔디랑, 씀바귀랑, 토끼풀이랑, 다 이슬을 달고 있어요.
해가 뜨네요.
이슬들이 반짝 문을 엽니다.
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집,
그 집으로 어디 한번 들어가 볼까요.
아침 풀밭에서는
가만가만 걸어요.
내가 들어 있는
이슬이 깨지거든요.
지구도 작은 이슬방울이랍니다. *
* 개미
토란 잎에 내린
이슬비가 모여
또르르 굴러
개미 위에
툭 떨어진다.
"어!
이거,
웬
물벼락이여?" *
* 꽃
봄이 오네 봄맞이꽃
개 불알 닮았다 개불알꽃
광대 나팔 같은 광대나물 꽃
엄마한테 혼나고 엄마 뒤따라가는 꽃다지 꽃
시루 떡 같네 시루나물 꽃
양지쪽에 양지꽃
솜털 단 솜다리 꽃
쓰디쓰다 씀바귀 꽃
청소해라 걸레나물 꽃
다
찬바람 속에
피는 봄 풀꽃. *
* 꾀꼬리
오동 꽃이
피면 봄이 가고요
봄이 가는 푸른 산 건너
꾀꼬리가 날아와 울어요.
샛노란 꾀꼬리가
학교 지붕 위를 날아가며
공부 못하면 혼난다.
공부 못하면 혼난다.
알았어. 몰랐어. 알았어. 몰랐어.
울며 날아요.
구구셈 못 외운다고
손들고 서 있는데
이 산에서 저 산으로
꾀꼬리가 날아가며 약 올립니다. *
* 산길
동생이랑 둘이서
뒷산에 갑니다.
산나물 뜯으러 간 엄마 마중 갑니다.
저녁 햇살이 돌아오는 산모퉁이로
산 복숭아 꽃잎들이
날아옵니다.
봄바람 타고
나폴나폴 날아옵니다.
한 잎 두 잎 세 잎 네 잎
동생 머리 위에
날아와 앉더니
봄바람을 타고
산그늘 내린
산 아래로
우리 마을로
하얗게 날아갑니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갑니다. *
* 김용택동시집[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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