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내가 사랑하는 동시 2

효림♡ 2011. 9. 14. 08:42

* 물새알 산새알 - 박목월  

물새는

물새라서 바닷가 바위틈에

알을 낳는다.

보얗게 하얀

물새알.

 

산새는

산새라서 잎수풀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락달락 얼룩진

산새알.

 

물새알은

간간하고 짭조롬한

미역 냄새

바람 냄새.

 

산새알은

달콤하고 향긋한

풀꽃 냄새

이슬 냄새.

 

물새알은

물새알이라서

날갯죽지 하얀

물새가 된다.

 

산새알은

산새알이라서

머리꼭지에 빨강 댕기를 드린

산새가 된다. *

 

* 선생님은 나를 - 최일환

선생님은

나를

예뻐할 까?

미워할 까?//

선생님 댁

심부름은

나만 시키고//

하기 싫은

산수 문제도

나를 시키고//

어쩌다

답이 틀리면

꽈악

입을 물다간

획 돌아

싱긋

웃으시곤....//

선생님은

나를

예뻐할 까?

미워할 까?//

숙제 않는 날은

나도 함께

벌을 받고.....*

 

* 사과나무 - 최승렬

떨어져 깔린 나뭇잎에

새빨간 노을이 조각조각 묻어서 반짝이는 저녁때.

 

사과나무는 가지 휘도록 붉은 사과알 바알갛게 불붙어

무겁다.

 

검은 흙 속에서

사과는 어떻게 저리 고운 빛깔을 찾아왔을까?

엉성한 가지 어디쯤

저 고운 열매 만드는 솜씨가 배었을까?

 

분홍 꽃잎에 이슬 맺는 봄밤에

별님은 사과나무에 저런 지혜를 가르쳐 주었을까?

 

오들오들 돌돌 떠는 겨울밤,

바람 윙윙거리더니

저런 재주를 배웠을까?

 

사과나무는 가지 휘도록

붉은 사과알 바알갛게 켜들어 자랑옵다. *

 

* 단풍들의 합창 - 허동인

얘들아,

울긋불긋

노래하는

저 단풍을 좀 보아라.//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어도

한데 어울리니

합창이 되고 마는구나.//

이젠

흙으로 돌아가도 좋다며

하늘에도 감사

땅에도 감사

바람에게도 감사//

그 동안 베풀어 준

모든 이들의 은혜

노래로써 보답한다며,

색깔로써 드러내는

저 단풍들의

사부 합창

오부 합창을//

얘들아,

귀는 두고

눈으로만 보아라. *

 

* 우리 나라의 새 - 오순택  

우리 나라의 새는

악기입니다.

 

까치는 이른 아침

사립문에 꽃물 묻은

햇살을 물어다 놓고

까작, 까작, 까작

타악기 소리를 내고

 

실개천 말뚝에 앉은

털빛 고운 물총새는

돌 틈을 흐르는 물소리같이

목관악기 소리를 냅니다.

 

가르마를 타듯

바람이 보리밭을 헤치고 지나가면

종달새는 피리 소리를 내며

돌팔매질을 하듯

보리밭에 내려앉고

 

몸은 솔숲에 숨겨 놓고

꽃 같은 고운 목소리만

내어보이고 있는 뻐꾸기는

금관악기입니다.

 

우리 나라의 새는

예쁜 악기입니다. *

 

* 호숫가에서 - 권오훈

물새 한 마리가 수직으로 내려꽂힌다.

별안간

부리 끝에 찔린

호수 한쪽이

꼼틀

놀란 눈빛 세운다.

 

물새들이 한꺼번에 날개소리로 날아오른다.

그제야

불안함을 가라앉히는

호수 한 자리가

반짝반짝

고른 숨을 쉰다. *

 

* 버들강아지 - 강현호

"엄마, 지금 나갈래요."

"안 돼, 아직은 추워."

 

아기 버들강아지

자꾸만 엄마를 졸라댑니다.

 

"으응, 나가 놀고 싶어."

"자, 그럼 이걸 쓰고 나가렴."

 

엄마가 씌워 준

털모자를 쓰고

빈 가지 가지마다

쏘옥쏘옥 얼굴을 내밉니다. *

 

* 토끼 발자국 - 김관식

눈 덮인

산마을//

숲에서 마을 쪽으로

마을에서 숲 쪽으로//

오솔길 밟고 간

토끼 발자국.//

간밤

돌이가 잠든 사이 //

눈처럼

마음이 하얀

토끼 한 마리//

숲 속 이야기

들려주려고

돌이 집에 왔다가//

주소만 적어 놓고

돌아갔네요. *

 

* 너도 알 거야 - 이성자

"왜 한 구멍에 콩을 세알씩 심어요?"

흙을 다독거리는 할머니께 물었다

"한 알은 날짐승 주고

또 한 알은 들짐승 먹이고

남은 한 알은 너 주려고 그런단다."

 

할머니는

콩밭 군데군데 수수도 심으셨지

"수수는 왜 심어요?"

할머니는 빙그레 웃기만 하셨다.

 

참새는 콩밭을 한 바퀴 돌고는

ㅡ콩은 너무 커

콩밭을 두 바퀴 돌고 나서는

ㅡ수수 알갱이는 먹기 좋은데

 

가을이 되어서야 알았지

주둥이가 작은 참새까지도 생각하신

할머니의 마음. *

 

* 깜빡 졸다가 - 최윤정
버스를 탔어
아차!
깜빡 졸다가
내릴 곳을 놓쳤어.
누가 알까 부끄러워
태연한 척 내렸지.
얼마나 더 왔나
내려서 두리번거리는데
전깃줄 위 참새랑
눈이 마주쳤어.

참새야,
넌 그런 적 없니?

깜빡 졸다가
발을 헛디뎌
밑으로 떨어질 뻔한 적

너도 나처럼
안 그런 척, 파다닥
난 적 없었니? *

 

* 한국명작동시-예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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