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내가 사랑하는 동시

효림♡ 2011. 5. 20. 08:04

* 지게꾼과 나비 - 신영승

할아버지 지고 가는 나무 지게에

활짝 핀 진달래가 꽂혔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노랑나비가

지게를 따라서 날아갑니다.

 

아지랑이 속으로 노랑나비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따라갑니다 *

 

* 꽃씨 - 최계락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어 있고

 

꽃시 속에는

노오란 나비 떼가 숨어 있다. *

 

* 파란 마음 하얀 마음 - 어효선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여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하늘 보며 자라니까요.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겨울엔 겨울엔 하얄 거여요.

산도 들도 지붕도 하얀 눈으로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자라니까요. *

 

* 달 - 윤석중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달, 달, 무슨 달.

낮과 같이 밝은 달.

어디어디 비추나

우리 동네 비추지.

 

달, 달, 무슨 달.

거울 같은 보름달.

무엇무엇 비추나

우리 얼굴 비추지. *

 

* 바람이 길을 묻나 봐요 - 공재동 

꽃들이 살래살래

고개를 흔듭니다.

 

바람이

길을 묻나 봅니다.

 

나뭇잎이 잘랑잘랑

손을 휘젓습니다.

 

나뭇잎도

모르나 봅니다.

 

해는 지고

어둠은 몰려오는데

 

바람이 길을 잃어

걱정인가 봅니다. *

 

* 개구쟁이 - 문삼석

개구쟁이래도 좋구요,

말썽꾸러기래도 좋은데요,

엄마,

제발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세요.

그럼 웬일인지

자꾸만 더 하고 싶거든요.

 

꿀밤을 주셔도 좋구요,

엉덩일 두들겨도 좋은데요,

엄마,

제발 '못 살아, 못 살아.' 하지 마세요.

엄마가 못 살면

난 정말 못 살겠거든요. *

 

* 소 - 윤석중

암만 배가 고파도

느릿느릿 먹는 소.

 

비가 쏟아질 때도

느릿느릿 걷는 소.

 

기쁜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웃는 소.

 

슬픈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우는 소. *

 

* 봄날 - 신형건

엄마, 깨진 무릎에 생긴

피딱지 좀 보세요.

까맣고 단단한 것이 꼭

잘 여문 꽃씨 같아요.

한번 만져 보세요.

그 속에서 뭐가 꿈틀거리는지

자꾸 근질근질해요.

새 움이 트려나 봐요. *

 

* 나무 - 박두순

해마다

조금씩

조금씩

뒤꿈치를 들어

키를 높여요. *

 

* 별을 긷지요 - 김종상

우물에 가라앉은

하늘 한 자락

 

저녁 노을 사라지고

별이 뜨지요

 

퐁당 퐁당

물무늬 속에

영이의 두레박이

별을 긷지요 종

 

종종걸음 돌아가는

작은 동이에

 

별들이 찰랑 찰랑

담겨 가지요 *

 

* 먼길 - 윤석중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

 

* 보슬비의 속삭임 - 강소천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늘 갈 테야, 꽃밭으로 갈 테야.

꽃봉오리 만지러 꽃밭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풀밭으로 갈 테야.

파란 손이 그리워 풀밭으로 갈 테야. *

 

* 엄마 무릎 - 임길택  

귀이개를 가지고 엄마한테 가면

엄마는 귀찮다 하면서도

햇볕 잘 드는 쪽으로 가려 앉아

무릎에 나를 뉘어 줍니다.

그리고선 내 귓바퀴를 잡아 늘이며

갈그락갈그락 귓밥을 파냅니다.

 

아이고, 니가 이러니까 말을 안 듣지.

엄마는 들어 낸 귓밥을  

내 눈앞에 내보입니다.

그리고는

뜯어 놓은 휴지 조각에 귓밥을 털어 놓고

다시 귓속을 간질입니다.

 

고개를 돌려 누울 때에

나는 다시 엄마 무릎내를 맡습니다.

스르르 잠결에 빠져듭니다. *

 

* 그리운 언덕 - 강소천

내 고향 가고 싶다 그리운 언덕

동무들과 함께 올라 뛰놀던 언덕.

 

오늘도 그 동무들 언덕에 올라

메아리 부르겠지, 나를 찾겠지.

 

내 고향 언제 가나 그리운 언덕

옛 동무들 보고 싶다, 뛰놀던 언덕.

 

오늘도 흰 구름은 산을 넘는데

메아리 불러본다, 나만 혼자서. *

 

* 우리 반 여름이 - 김용택 

우리 반에 여름이  

가을에도 여름이

겨울에도 여름이

봄이 와도 여름이

우리 반에 여름이

여름 내내 여름이 *

 

* 김용택 [시가 내게로 왔다 4]-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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