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문인수 동시 모음

효림♡ 2010. 10. 1. 07:56

* 염소 똥은 똥그랗다 - 문인수 

염소가 맴맴 풀밭을 돈다

 

말뚝에 대고 그려 내는 똥그란 밥상

풀 뜯다 말고 또 먼 산 보는 똥그란 눈

똥그랗게 지는 해

 

오늘 하루도 맴맴 먹고 똥글똥글

똥글똥글 염소 똥 *

 

* 달과 엄마

보름달에서 하현 반달에서 이제 그믐달, 초승달에서 상현 반달에서 도로 보름달

 

살 빠졌다, 쪘다, 근심 많은 달

 

묵묵히 입 다물고 하늘운동장을 도는 달

 

뚱뚱한 달 엉덩이 따라 걷는 엄마도 지금 뒤뚱뒤뚱, 뒤뚱뒤뚱 발걸음이 무겁지요 *

 

* 매미 소리 뚝, 그쳤다

비가 내리자 금세

쟁쟁하던 매미 소리가 뚝, 그쳤다

 

소리도 젖는구나

 

운 걸까, 노래한 걸까

 

아무튼, 햇볕 나면 또 쟁ㅡ 쟁ㅡ 쟁ㅡ

널어 말려야겠지 *

 

* 나무는 봄에 따끔따금하겠다

나무는 봄이 오면 침 맞는다

뾰족뾰족한 금빛 햇살로 침 맞는다

언 가지 뼈마디마다 침 맞는다

 

꽃샘바람에도 오싹오싹 움트는 새싹들

나무는 봄에 따끔따금하겠다 *

 

* 공

공은 동그랗게

앉아 있다 아니

서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앉으나 서나

키가 똑같다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아무리 건드려도

동글동글 웃는다

 

공은 굴러가다

제자리에 딱

멈춰 선다 아니

앉는다 *

 

* 앗, 나의 실수  

새로 시멘트 바른 바닥을 밟았다

물컹, 발자국 하나가 찍혔다

 

수돗가 바닥에 커다란 입이 생겼다

깜짝, 놀란 채 다물지 못하고 있다 *

 

* 전기세 내는 발전소

아빠는 또 밤 아홉 시 뉴스를 보던 채로 드러드렁 코를 곱니다

"발전소 발전기 돌아간다"

엄마가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하루하루 피곤할 정도로 열심히 일해서 월급 받아 오는 아빠 덕분에 하긴, 우리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요

밥솥, 텔레비전, 컴퓨터도 켭니다 *

 

* 싸우는 소

소눈은 검고 커다랗다 

싸우니까, 더 커다랗다 

 

와- 와- 떠드는 사람들 응원 소리에 뿔을 맞대고 있지만 

소의 두 눈은 점점 더 커다랗게 껌뻑, 껌뻑, 슬프다 서로 

미안, 미안하다고 한다 *


* 섬

수평선 멀리 두근두근

작고 예쁘게 바라보이던 섬

 

섬에 도착하니 어!

그 섬 없어져버렸다 *

 

* 감 마을, 감나무도 감 마을

골목마다 올망졸망 정겨운 집

집집마다 감나무 감 마을

 

가지마다 올망졸망 탐스런 감

감나무도 나무마다 감 마을 *

 

* 흰 구름은 뭉게뭉게 근심만 부푼다

구름은 산 너머 너머에서 온다

산속 가난한 마을을 뭉게뭉게 살펴보다가

제 근심만 뭉게뭉게 잔뜩 더 부풀어

구름은 산 너머 너머로 간다 *

 

* 내일 봐

건널목 차단기가 철컥, 내려졌다

건너편에 같은 반 친구가 서 있다

서로서로 손 흔들며 반갑게 웃었다  

 

기차가 답답하게, 너무 길게 지나갔다

드디어 앞이 환해졌다

친구랑 나랑 힘을 합쳐 기차를 밀어낸 것 같았다  

 

어디 가? 학원.....

넌? 나도..... 

 

우리는 자꾸 돌아보며 헤어졌다

좀 더 친한 마음이 들었다 *

 

* 문인수동시집[염소 똥은 똥그랗다]-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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