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김용택 동시 모음 2

효림♡ 2012. 2. 9. 09:26

*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김용택  

태성이가 엄마 빨래하는 데 따라와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태성아 그러다가 물에 빠질라

태성아 그러지마 그러다가 물에 빠질라

그래도 태성이는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 건너다닙니다.

그때 비행기가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갑니다.

태성이가 하늘을 쳐다보며

징검돌을 뛰어 건너다가

풍덩 물로 빠집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 수현이의 일기

오늘도 해가 질 때까지
동네 앞 찻길에서
밤을 팔았다.
사람들이 사 가기도 하고
안 사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물어보고 비싸다고 하면서
그냥 가는 사람도 있다.
밤을 팔면서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으면
너무 춥다. *

* 꼴등도 3등 

달리기를
했다.

다해 1등
재석이 2등
나 3등

우리 반은
모두 세 명이다. *

 

* 지구
발등이 젖어요.
아침이거든요.
쑥이랑, 잔디랑, 씀바귀랑, 토끼풀이랑, 다 이슬을 달고 있어요.

해가 뜨네요.
이슬들이 반짝 문을 엽니다.
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집,
그 집으로 어디 한번 들어가 볼까요.

아침 풀밭에서는
가만가만 걸어요.
내가 들어 있는
이슬이 깨지거든요.


지구도 작은 이슬방울이랍니다. *

 

* 개미   

토란 잎에 내린

이슬비가 모여

또르르 굴러

개미 위에

툭 떨어진다.

"어!

이거,

물벼락이여?" *

 

* 꽃

봄이 오네 봄맞이꽃

개 불알 닮았다 개불알꽃

광대 나팔 같은 광대나물 꽃

엄마한테 혼나고 엄마 뒤따라가는 꽃다지 꽃

시루 떡 같네 시루나물 꽃

양지쪽에 양지꽃

솜털 단 솜다리 꽃

쓰디쓰다 씀바귀 꽃

청소해라 걸레나물 꽃

 

찬바람 속에

피는 봄 풀꽃. *

 

* 꾀꼬리

오동 꽃이

피면 봄이 가고요

봄이 가는 푸른 산 건너

꾀꼬리가 날아와 울어요.

샛노란 꾀꼬리가

학교 지붕 위를 날아가며

공부 못하면 혼난다.

공부 못하면 혼난다.

알았어. 몰랐어. 알았어. 몰랐어.

울며 날아요.

구구셈 못 외운다고 

손들고 서 있는데

이 산에서 저 산으로

꾀꼬리가 날아가며 약 올립니다. *

 

* 산길

동생이랑 둘이서

뒷산에 갑니다.

산나물 뜯으러 간 엄마 마중 갑니다.

저녁 햇살이 돌아오는 산모퉁이로

산 복숭아 꽃잎들이

날아옵니다.

봄바람 타고

나폴나폴 날아옵니다.

한 잎 두 잎 세 잎 네 잎

동생 머리 위에

날아와 앉더니

봄바람을 타고

산그늘 내린

산 아래로

우리 마을로

하얗게 날아갑니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갑니다. *

 

* 김용택동시집[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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