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 전래 동요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이제 그만 나오렴
김칫국에 밥 말아 먹고
이제 그만 나오렴
우리 한울이 추운 가슴
따뜻하게 품어 주렴
냇둑 그늘진 곳
앉은뱅이 꽃들도
아침 내내 너를 기다리느라
하늘만 본단다 *
* 꽃 이름 부르면 - 김미혜
숲 쏘다니며
꽃 이름 배워요.
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새끼노루귀 애기괭이눈
하! 예쁘다.
노루오줌 깽깽이풀 미치광이풀
개불알풀 큰개불알풀
이히! 우습다.
이름 없는 꽃 없대요
이름 모를 꽃 없대요.
가만가만 꽃 이름 부르면
나도 꽃
햇살 아래
작은 꽃 같아요. *
* 참새의 얼굴 - 박목월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참새가 한 마리
기웃거린다.
참새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모두들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아무래도 참새는
할 얘기가 있나 보다.
모두 쓸쓸하게 고개를 꼬고서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들이다. *
* 뽕나무 - 정세기
숲 속에 냄새 나면
모두들 나를 의심한다.
엄나무 할아버지는 엄엄 하며
엄하게 바라보시고
대나무 아저씨는 댁끼놈 야단치시고
참나무 아저씨가 참아라 하신다.
사람들이 갖다 버린 쓰레기 때문에 나는 냄새에도
방귀도 안 뀐 나만 혼난다, 억울하다. *
* 무얼 먹고 사나 - 윤동주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먹고 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워 먹고 살고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 사나. *
* 바닷가에서 - 윤복진
바닷가에 조그만 돌
어여뻐서 주워 보면
다른 돌이 또 좋아서
자꾸 새것 바꿉니다.
바닷가의 모래밭에
한이 없는 조그만 돌
어여뻐서 바꾸고도
주워 들면 싫어져요.
바닷가의 모래밭엔
돌멩이도 많지요
맨 처음 버린 돌을
다시 찾다 해가 져요. *
* 기다려지는 봄 - 신현득
앞뒤 밭에 냉이가 돋아나면,
엄마는 예쁜 아기를 낳는다 하고,//
살구꽃 필 즈음에,
큰 암소는
귀연 송아지를 낳을 기고, (그 밖에도 병아리랑 또 있다.)//
아버지는
앞들에서 제일 좋다는,
선돌 옆 두 마지기 논을 산다 하고,//
오빠는
이층집 읍내 중학교에,
까만 양복에 까만 모자 쓴
중학생이 된다 하고,//
엄마랑 아버지는
요즘 밤 곧장 이야기가 길고,
주무시지 않는다.//
나도 오빠도
자는 척은 하지만,
엄마 아버지 하시는 얘길
다 듣는다.//
그리고 오는 봄의 좋은 일들을
꿈꾸듯 그려 본다.//
- 아기를 업고,
송아지를 몰고,
그렇게 바닥이 좋다는
선돌 옆 논이랑,
까만 양복에
중학생이 된 오빠 모습이랑. *
* 풀잎과 바람 - 정완영
나는 풀잎이 좋아, 풀잎같은 친구 좋아
바람하고 엉켰다가 풀 줄 아는 풀잎처럼
헤질 때 또 만나자고 손 흔드는 친구 좋아.
나는 바람이 좋아, 바람 같은 친구 좋아
풀잎하고 헤졌다가 되찾아온 바람처럼
만나면 얼싸안는 바람, 바람 같은 친구 좋아. *
* 울엄마보고 - 이종택
이웃집 순이
울엄마보고
할매라고 불렀다.
잠이 안 온다.
낼 아침 먹곤
따지러 가야겠다.
ㅡ울엄마가 더 늙었나.
ㅡ네 엄마가 더 늙었나. *
* 할아버지 - 정지용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가 오시네. *
* 한솥밥 먹기 - 남호섭
시시한 비빔밥일 뿐이었습니다.
무슨 맛으로 먹을까 했습니다.
식은 밥에 김치랑 콩나물 넣고
고추장 잔뜩 퍼 넣어
선생님이 썩썩 비비는 동안
숟가락 든 손이 멋쩍기까지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밥 위에 참기름을 두르자
마치 요술 병에서 뿜어져 나온 것처럼
고소한 냄새가 교실에 가득 찼습니다.
선생님이 먼저 맛보시고
하나 둘 맛보던 아이들
금세 숟가락질이 빨라졌습니다.
숟가락이 서로 부딪치기도 했습니다.
코끝에 송골송골 땀방울 맺히도록
매운데도 우리는 끝까지 먹었습니다.
바닥을 박박 긁어 먹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데
이에 고춧가루가 끼여 있었습니다.
그래도 안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한 식구가 된 듯했습니다. *
* 그림으로 만나는 우리 동시-천둥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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