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 모음 4

효림♡ 2013. 9. 14. 20:31

*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 전래 동요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이제 그만 나오렴

김칫국에 밥 말아 먹고

이제 그만 나오렴

우리 한울이 추운 가슴

따뜻하게 품어 주렴

냇둑 그늘진 곳

앉은뱅이 꽃들도

아침 내내 너를 기다리느라

하늘만 본단다 *

 

* 꽃 이름 부르면 - 김미혜 

숲 쏘다니며

꽃 이름 배워요.

 

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새끼노루귀 애기괭이눈

하! 예쁘다. 

노루오줌 깽깽이풀 미치광이풀

개불알풀 큰개불알풀

이히! 우습다.

 

이름 없는 꽃 없대요

이름 모를 꽃 없대요.

 

가만가만 꽃 이름 부르면

나도 꽃

햇살 아래

작은 꽃 같아요. *

 

* 참새의 얼굴 - 박목월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참새가 한 마리

기웃거린다.

 

참새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모두들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아무래도 참새는

할 얘기가 있나 보다.

모두 쓸쓸하게 고개를 꼬고서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들이다. *

 

* 뽕나무 - 정세기 

숲 속에 냄새 나면

모두들 나를 의심한다.

엄나무 할아버지는 엄엄 하며

엄하게 바라보시고

대나무 아저씨는 댁끼놈 야단치시고

참나무 아저씨가 참아라 하신다.

사람들이 갖다 버린 쓰레기 때문에 나는 냄새에도

방귀도 안 뀐 나만 혼난다, 억울하다. *

 

* 무얼 먹고 사나 - 윤동주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먹고 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워 먹고 살고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 사나. *

 

* 바닷가에서 - 윤복진

바닷가에 조그만 돌

어여뻐서 주워 보면

다른 돌이 또 좋아서

자꾸 새것 바꿉니다.

 

바닷가의 모래밭에

한이 없는 조그만 돌

어여뻐서 바꾸고도

주워 들면 싫어져요.

 

바닷가의 모래밭엔

돌멩이도 많지요

맨 처음 버린 돌을

다시 찾다 해가 져요. *

 

* 기다려지는 봄 - 신현득

앞뒤 밭에 냉이가 돋아나면,

엄마는 예쁜 아기를 낳는다 하고,//

살구꽃 필 즈음에,

큰 암소는

귀연 송아지를 낳을 기고, (그 밖에도 병아리랑 또 있다.)//

아버지는

앞들에서 제일 좋다는,

선돌 옆 두 마지기 논을 산다 하고,// 

오빠는

이층집 읍내 중학교에,

까만 양복에 까만 모자 쓴

중학생이 된다 하고,// 

엄마랑 아버지는

요즘 밤 곧장 이야기가 길고,

주무시지 않는다.// 

나도 오빠도

자는 척은 하지만,

엄마 아버지 하시는 얘길

다 듣는다.// 

그리고 오는 봄의 좋은 일들을

꿈꾸듯 그려 본다.// 

- 아기를 업고,

송아지를 몰고,

그렇게 바닥이 좋다는

선돌 옆 논이랑,

까만 양복에

중학생이 된 오빠 모습이랑. *

 

* 풀잎과 바람 - 정완영 

나는 풀잎이 좋아, 풀잎같은 친구 좋아

바람하고 엉켰다가 풀 줄 아는 풀잎처럼

헤질 때 또 만나자고 손 흔드는 친구 좋아. 

 

나는 바람이 좋아, 바람 같은 친구 좋아

풀잎하고 헤졌다가 되찾아온 바람처럼

만나면 얼싸안는 바람, 바람 같은 친구 좋아. *

 

* 울엄마보고 - 이종택

이웃집 순이

울엄마보고

할매라고 불렀다.

 

잠이 안 온다.

 

낼 아침 먹곤

따지러 가야겠다.

 

ㅡ울엄마가 더 늙었나.

ㅡ네 엄마가 더 늙었나. *

 

* 할아버지 - 정지용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가 오시네. *

 

* 한솥밥 먹기 - 남호섭 

시시한 비빔밥일 뿐이었습니다.

무슨 맛으로 먹을까 했습니다.

 

식은 밥에 김치랑 콩나물 넣고

고추장 잔뜩 퍼 넣어

선생님이 썩썩 비비는 동안

숟가락 든 손이 멋쩍기까지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밥 위에 참기름을 두르자

마치 요술 병에서 뿜어져 나온 것처럼

고소한 냄새가 교실에 가득 찼습니다.

 

선생님이 먼저 맛보시고

하나 둘 맛보던 아이들  

금세 숟가락질이 빨라졌습니다.

숟가락이 서로 부딪치기도 했습니다.

 

코끝에 송골송골 땀방울 맺히도록

매운데도 우리는 끝까지 먹었습니다.

바닥을 박박 긁어 먹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데

이에 고춧가루가 끼여 있었습니다.

그래도 안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한 식구가 된 듯했습니다. *

 

* 그림으로 만나는 우리 동시-천둥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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