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옛길 - 김선우 * 대관령 옛길 - 김선우 폭설주의보 내린 정초에 대관령 옛길을 오른다 기억의 단층들이 피워 올리는 각양각색의 얼음 꽃 소나무 가지에서 꽃숭어리 뭉텅 베어 입 속에 털어넣는다, 화주(火酒)..... 싸아하게 김이 오르고 허파꽈리 익어 가는지 숨 멎는다 천천히 뜨거워지는 목구멍 위장 쓸.. 좋아하는 詩 2010.01.15
입설단비(立雪斷臂) - 김선우 * 입설단비(立雪斷臂) - 김선우 2조(二祖) 혜가는 눈 속에서 자기 팔뚝을 잘라 바치며 달마에게 도(道) 공부 하기를 청했다는데 나는 무슨 그리 독한 비원도 이미 없고 단지 조금 고적한 아침의 그림자를 원할 뿐 아름다운 것의 슬픔을 아는 사람을 만나 밤 깊도록 겨울 숲 작은 움막에서 생.. 좋아하는 詩 2009.11.16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 김선우 *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 김선우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풀여치 있어 풀여치와 놀았습니다 분홍빛 몽돌 어여뻐 몽돌과 놀았습니다 보랏빛 자디잔 꽃마리 어여뻐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흰 사슴 마시고 숨결 흘려 놓은 샘물 마셨습니다 샘물 달고 달아 .. 좋아하는 詩 2009.09.07
간이역 - 김선우 * 간이역 - 김선우 내 기억 속 아직 풋것인 사랑은 감꽃 내리던 날의 그애 함석집 마당가 주문을 걸 듯 덮어놓은 고운 흙 가만 헤치면 속눈썹처럼 나타다던 좋.아.해 얼레꼴레 아이들 놀림에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해 - 흙글씨 새기던 당두마을 그애 마른 솔잎 냄새가 나던 이사오고 한번도 .. 좋아하는 詩 2009.05.01
거기쯤에서 봄이 자글자글 끓는다 - 김선우 * 거기쯤에서 봄이 자글자글 끓는다 - 김선우 세상에 소음 보태지 않은 울음소리 웃음소리 그 흔한 날개짓 소리조차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뿔도 침도 한 칸 집도 모래 무덤조차도 배추흰나비 초록 애벌레 배추잎 먹고 배추흰나비 되었다가 자기를 먹인 몸의 내음 기억하고 돌아오는 모.. 좋아하는 詩 2009.05.01
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 김선우 * 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 김선우 무꾸라 했네 겨울밤 허리 길어 적막이 아니리로 울 넘어오면 무꾸 주까? 엄마나 할머니가 추임새처럼 무꾸를 말하였네 실팍하게 제대로 언 겨울 속살 맛이라면 그 후로도 동짓달 무꾸 맛이 오래 제일이었네 학교에 다니면서 무꾸는 무우가 되었네 .. 좋아하는 詩 2009.05.01
낙화, 첫사랑 - 김선우 *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 좋아하는 詩 2009.05.01
얼레지 - 김선우 * 얼레지 - 김선우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한 꽃 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 금산 잔설.. 좋아하는 詩 2009.04.17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 좋아하는 詩 2009.04.10
도화 아래 잠들다 - 김선우 * 도화 아래 잠들다 - 김선우 동쪽 바다 가는 길 도화 만발했길래 과수원에 들어 색(色)을 탐했네 온 마음 모아 색을 쓰는 도화 어여쁘니 요절을 꿈꾸던 내 청춘이 갔음을 아네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온당한가 이 봄에도 이 별엔 분분한 포화, 바람에 실려 .. 좋아하는 詩 200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