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시 모음 * 봄밤 - 박형준 달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 누가 사다리 좀 다오 홀로 빈방에 앉아 앞집 지붕을 바라보자니 바다 같기도 하고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물결 같기도 하고 달이 내려와 지붕에 어른거리는 목련, 꽃 핀 자국마다 얼룩진다 이마에 아프게 떨어지는 못자국들 누구의 원망일.. 시인 詩 모음 2018.04.06
달팽이 시 모음 * 달팽이 - 정호승 집을 등에 지고 가는 그를 밟지 마시라 살짝만 밟아도 으깨지는 그를 그대로 두시라 그는 집을 별이라고 생각하고 별을 가볍다고 생각할 때가 있으므로 서울역 대합실이든 지하철 통로이든 기어가거나 걸어가거나 누구나 가는 길의 끝은 다 눈물의 끝이므로 봄비가 오.. 시인 詩 모음 2016.03.14
가을밤 귀뚜라미 울음 - 박형준 * 가을밤 귀뚜라미 울음 - 박형준 시가 써지지 않아 책상의 컴퓨터를 끄고 방바닥으로 내려와 연필을 깎는다 저녁 해가 넘어가다 말고 창호지에 어른거릴 때면 방문 앞에 앉아서 연필 칼끝으로 발뒤꿈치의 굳은살을 깎아내던 아버지처럼, 그것이 노동의 달콤함이고 그만의 소박한 휴식이.. 좋아하는 詩 2015.09.14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박형준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박형준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 방의 .. 좋아하는 詩 2011.10.21
황새 - 박형준 * 황새 - 박형준 눈보라 치는 밤이었다 보퉁이를 손에 꼭 그러쥐고 서울역 광장 역 처마에 서서 노인 하나가 정신없이 길 건너 빌딩의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차(汽車)를 기다리는 것일까 자신의 침과 먼지로 번들번들 빛났을 누더기 오리발 갈퀴처럼 땅바닥을 비비며 눈보라 속에서.. 좋아하는 詩 201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