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귀뚜라미 울음 - 박형준 * 가을밤 귀뚜라미 울음 - 박형준 시가 써지지 않아 책상의 컴퓨터를 끄고 방바닥으로 내려와 연필을 깎는다 저녁 해가 넘어가다 말고 창호지에 어른거릴 때면 방문 앞에 앉아서 연필 칼끝으로 발뒤꿈치의 굳은살을 깎아내던 아버지처럼, 그것이 노동의 달콤함이고 그만의 소박한 휴식이.. 좋아하는 詩 2015.09.14
박형준 시 모음 * 빛의 소묘 - 박형준 누가 발자국 속에서 울고 있는가 물 위에 가볍게 뜬 소금쟁이가 만드는 파문 같은 누가 하늘과 거의 뒤섞인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가 편안하게 등을 굽힌 채 빛이 거룻배처럼 삭아버린 모습을 보고 있는가 누가 고통의 미묘한 발자국 속에서 울다 가는가 * * 이 저녁에 .. 시인 詩 모음 2009.11.30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 안도현 *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 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 내 겨드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이라든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갈아엎는 치통이라든가 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 .. 안도현* 2009.07.01
빗소리 - 주요한 * 빗소리 -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 좋아하는 詩 200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