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정미소 앞을 지나며 - 안도현 * 늙은 정미소 앞을 지나며 - 안도현 왼쪽 어깨가 늙은 빨치산처럼 내려앉았다 마을에서 지붕은 제일 크지만 가재 도구는 제일 적다 큰 덩치 때문에 해 지는 반대쪽 그늘이 덩치만큼 넓다 살갗이 군데군데 뜯어진 덕분에 숨쉬기는 썩 괜찮다 저녁에는 나뒹구는 새마을 모자를 주워 쓰고 .. 안도현* 2011.05.27
신경림 시 모음 * 가을 비 - 신경림 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찻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 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 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 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 먼저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셔야지 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 시인 詩 모음 200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