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 장석주 * 좋은 시절 - 장석주 튀긴 두부 두 모를 기쁨으로 삼던 추분이나 북어 한 쾌를 끓이던 상강(霜降)의 때, 아니면 구운 고등어 한 손에 찬밥을 먹던 중양절(重陽節) 늦은 저녁이었겠지. 당신과 나는 문 앞에서 먼 곳을 돌아온 끝을 바라본다. 물이 흐르는데 물은 제 흐름을 미처 알지 못하고, .. 좋아하는 詩 2016.08.17
달팽이 시 모음 * 달팽이 - 정호승 집을 등에 지고 가는 그를 밟지 마시라 살짝만 밟아도 으깨지는 그를 그대로 두시라 그는 집을 별이라고 생각하고 별을 가볍다고 생각할 때가 있으므로 서울역 대합실이든 지하철 통로이든 기어가거나 걸어가거나 누구나 가는 길의 끝은 다 눈물의 끝이므로 봄비가 오.. 시인 詩 모음 2016.03.14
날아라, 시간의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 - 장석주 * 날아라, 시간의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 - 장석주 1 신생(新生)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 동편서편 흩어지는 바람 속을 질주한다 짧은 겨울해 덧없이 지고 너무 오래된 이 세상 다시 저문다 인가 근처로 내려오는 죽음 몇 뿌리 소리없이 밤눈만 내려 쌓이고 있다 2 회양목 아래.. 좋아하는 詩 2013.02.19
엽서 - 장석주 * 엽서 1 - 장석주 저문 산을 다녀왔습니다 님의 관심은 내 기쁨이었습니다 어두운 길로 돌아오며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지만 내 말들은 모조리 저문 산에 던져 어둠의 깊이를 내 사랑의 약조로 삼았으므로 나는 님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속에 못 견딜 그리움들이 화약처럼 딱.. 좋아하는 詩 2010.08.20
몽해항로(夢海航路) 1~6 - 장석주 * 몽해항로 1 -악공(樂工) - 장석주 누가 지금 내 인생의 전부를 탄주하는가. 황혼은 빈 밭에 새의 깃털처럼 떨어져 있고 해는 어둠 속으로 하강하네. 봄빛을 따라간 소년들은 어느덧 장년이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네. 하지 지난 뒤에 황국(黃菊)과 뱀들의 전성시대가 짧게 지나가고 유순.. 좋아하는 詩 2010.05.24
장석주 시 모음 *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 장석주 땅거미 내릴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 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 아직 내가 살아 보지 못한 느낌! *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시인 詩 모음 2009.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