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켜는 여자 - 도종환 * 바이올린 켜는 여자 - 도종환 바이올린 켜는 여자와 살고 싶다 자꾸만 거창해지는 쪽으로 끌려가는 생을 때려엎어 한 손에 들 수 있는 작고 단출한 짐 꾸려 그 여자 얇은 아랫턱과 어깨 사이에 쏙 들어가는 악기가 되고 싶다 왼팔로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진 내 몸의 현들을 그녀가 천천.. 도종환* 2009.05.12
설레임 - 도종환 * 설레임... - 도종환 들에 피어 있는 꽃을 바라보다가 그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 몇 송이를 골라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있다가 그 음악의 가장 가슴 저미는 부분을 모아 누군가에게 전해 주고 싶은 생각이 .. 도종환* 2009.05.12
아홉 가지 기도 - 도종환 * 아홉 가지 기도 - 도종환 나는 지금 나의 아픔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아픔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나의 절망으로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절망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깊은 허무에 빠져 기도합니다 그러나 허무 옆에 바로 당신이 계.. 도종환* 2009.05.12
배롱나무 - 도종환 * 배롱나무 - 도종환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론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 도종환* 2009.05.09
[스크랩]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 도종환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 도종환 그대 거기 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나리꽃은 거기 있어도 여름이 오면 얼마나 아름답게 꽃핍니까. 잡풀 우거지고 보아주는 이 없어도 주홍빛 꽃 한 송이 거기 있음으로 해서 사람들이 비탈지고 그늘진 그곳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고개를 넘고 물을 .. 도종환* 2009.05.08
오월 민들레 - 도종환 * 오월 민들레 - 도종환 내가 이름없는 땅에 이렇게 피어있는 것은 이곳이 나의 땅인 까닭입니다 내가 이렇게 홀로 피어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은 이 세상 모든 꽃들도 제 홀로는 다 그렇게 있는 까닭입니다 풀과 꽃들이 모두 그렇게 있을 곳에 있듯이 당신과 나도 그렇게 있는 것입니다 날.. 도종환* 2009.05.06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 도종환 *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 도종환 꽃들은 향기 하나로 먼 곳까지 사랑을 전하고 새들은 아름다운 소리 지어 하늘 건너 사랑을 알리는데 제 사랑은 줄이 끊긴 악기처럼 소리가 없었습니다 나무는 근처의 새들을 제 몸 속에 살게 하고 숲은 그 그늘에 어둠이 무서운 짐승들을 살게 하는데 .. 도종환* 2009.05.05
바람이 오면 - 도종환 * 바람이 오면 -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 *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빗발.. 도종환* 2009.05.05
꽃 지는 날 - 도종환 * 꽃 지는 날 - 도종환 아침나절은 피는 꽃 지는 꽃을 보느라 다 보내고 오후에는 텃밭을 일구었습니다. 산기슭에 저 혼자 피었다 지는 나무의 꽃잎이 눈발처럼 날리는 날은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마당을 점점이 덮은 산벚나무 꽃잎, 연못 위에 떨어진 연분홍 개복숭아 꽃잎, 바.. 도종환* 2009.05.05
꽃 지는 날 - 도종환 * 꽃 지는 날 - 도종환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실려 아름답던 날은 가고 바람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없이 금이 갑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살고자 하던 그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대에게 꽃지는 날이 찾아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대 이기고 지고 또 지기 바랍니다.. 도종환* 200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