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거두며 - 도종환 * 꽃씨를 거두며 - 도종환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슬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 도종환* 2009.07.08
매미 - 도종환 * 매미 - 도종환 누구에게나 자기 생의 치열하던 날이 있다 제 몸을 던져 뜨겁게 외치던 소리 소리의 몸짓이 저를 둘러싼 세계를 서늘하게 하던 날이 있다 강렬한 목소리로 살아 있기 위해 굼벵이처럼 견디며 보낸 캄캄한 세월 있고 그 소리 끝나기도 전에 문득 가을은 다가와 형상의 껍질.. 도종환* 2009.07.08
인차리 1~7 - 도종환 * 인차리 1 - 도종환 돌아가라 돌아가라고 바람이 분다 우리 사는 한평생 눈물겹게 사랑하여 아름다운 꽃잎 몇 개 피우기도 하고 끌어안는 것마다 싱싱한 풀잎 되어 뼈마디 가슴 가득 죄어오는 날도 있으리라 새떼보다 높은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하고 더욱 어두운 곳으로 낙엽처럼 뿔뿔이 .. 도종환* 2009.07.08
내 안의 시인 - 도종환 * 내 안의 시인 - 도종환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시인이 살고 있었다는데* 그 시인 언제 나를 떠난 것일까 제비꽃만 보아도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어쩔줄 몰라하며 손끝 살짝살짝 대보던 눈빚 여린 시인을 떠나보내고 나는 지금 습관처럼 어디를 바삐 가고 있는 걸까 맨발을 가만가.. 도종환* 2009.07.03
나무 - 도종환 * 나무 - 도종환 퍼붓는 빗발을 끝까지 다 맞고 난 나무들은 아름답다 밤새 제 눈물로 제 몸을 씻고 해 뜨는 쪽으로 조용히 고개를 드는 사람처럼 슬픔 속에 고요하다 바람과 눈보라를 안고 서 있는 나무들은 아름답다 고통으로 제 살에 다가오는 것들을 아름답게 바꿀 줄 아는 지.. 도종환* 2009.07.03
사랑의 길 - 도종환 * 사랑의 길 - 도종환 나는 처음 당신의 말을 사랑하였지 당신의 물빛 웃음을 사랑하였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였지 당신을 기다리고 섰으면 강끝에서 나뭇잎 냄새가 밀려오고 바람이 조금만 빨리 와도 내 몸은 나뭇잎 소리를 내며 떨렸었지 몇 차례 겨울이 오고 가을이 가는 동안 우.. 도종환* 2009.07.03
갯벌 - 도종환 * 파도와 갯벌 사이 - 도종환 쌓았단 흩어 버리고 쌓았단 흩어 버립니다 모았다간 허물어 버리고 모았다간 허물어 버립니다 파도와 갯벌 사이에 찍은 흔적처럼 결국은 아무 것도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만났단 헤어지고 만났단 헤어집니다 구름과 하늘이 서로 만났던 자리처럼 결국은 깨.. 도종환* 2009.07.03
당신은 누구십니까 - 도종환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도종환 강으로 오라 하셔서 강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엔 수천 개 햇살을 불러내어 찬란하게 하시더니 산그늘로 모조리 거두시고 바람이 가리키는 아무도 없는 강 끝으로 따라오라 하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숲으로 오라 하셔서 숲속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만.. 도종환* 2009.07.03
혼자 사랑 - 도종환 * 혼자 사랑 - 도종환 혼자서만 생각하다 날이 저물어 당신은 모르는 채 돌아갑니다 혼자서만 사랑하다 세월이 흘러 나 혼자 말없이 늙어갑니다 남 모르게 당신을 사랑하는 게 꽃이 피고 저 홀로 지는 일 같습니다 * * 혼자 사랑 - 도종환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 도종환* 2009.05.12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 도종환 *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 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진정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 도종환* 2009.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