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는 말은 - 김영남 * '아줌마'라는 말은 - 김영남 일단 무겁고 뚱뚱하게 들린다. 아무 옷이나 색깔이 잘 어울리고 치마에 밥풀이 묻어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젊은 여자들은 낯설어 하지만 골목에서 아이들이 '아줌마' 하고 부르면 낯익은 얼굴이 뒤돌아본다, 그런 얼굴들이 매일매일 시장, 식당, 미장.. 좋아하는 詩 2012.10.12
황홀극치 - 나태주 * 황홀 - 나태주 시시각각 물이 말라 졸아붙는 웅덩이를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오직 웅덩이를 천국으로 알고 살아가던 송사리 몇 마리 파닥파닥 튀어 오르다가 뒤채다가 끝내는 잠잠해지는 몸짓 송사리 엷은 비늘에 어리어 파랗게 무지개를 세우던 햇빛, 그 황홀. * * 장락무극(長樂無極) 가.. 좋아하는 詩 2012.10.12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 정진규 *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 정진규 어쩌랴, 하늘 가득 머리 풀어 울고 우는 빗줄기, 뜨락에 와 가득히 당도하는 저녁 나절의 저 음험한 비애의 어깨들 오, 어쩌랴, 나 차가운 한 잔의 술로 더불어 혼자일 따름이로다 뜨락엔 작은 나무의자 하나, 깊이 젖고 있을 따름이로다 전재산이로다 어.. 좋아하는 詩 2012.10.04
유전자 트래킹 - 박후기 * 유전자 트래킹 - 박후기 걷는다 어두워지는 들판 도꼬마리가 씨앗을 건넨다 바짓가랑이에 들러붙는 것이 도꼬마리의 정착은 아닐 것이다 도꼬마리처럼 몸을 스치는 발길에 마음을 맡긴 적이 있다 식물이 누대에 걸쳐 대륙을 건너듯 내 마음도 그렇게 당신에게 건너가고 있다 그러나 불.. 좋아하는 詩 2012.09.21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1 - 이기철 *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1 - 이기철 어떤 노래를 부르면 내 한번도 바라보지 못한 짐승들이 즐거워질까 어떤 노래를 부르면 내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까치도 즐거워질까 급히 달려와 내 등뒤에 연좌(連坐)한 시간들과 노동으로 부은 소의 발등을 위해 이 세상 가장 청정한 언어.. 좋아하는 詩 2012.09.19
햇빛 속에 호랑이 - 최정례 * 햇빛 속에 호랑이 - 최정례 나는 지금 두 손 들고 서 있는 거라 뜨거운 폭탄을 안고 있는 거라 부동자세로 두 눈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는 거라 빠빳한 수염털 사이로 노랑 이그르한 빨강 아니 초록의 호랑이 눈깔을 햇빛은 광광 내리퍼붓고 아스팔트 너무나 고요한 비명 속에서 노려보고.. 좋아하는 詩 2012.09.19
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 * 허수아비 뱃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 이싸 * 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주게, 귀뚜라미여 - 이싸 * 올빼미여, 얼굴 좀 펴게나 이건 봄비가 아닌가 - 이싸 * 이 늙은 벚꽃나무 젊었을 때는 소문날 정도로 사랑받았지 - 이싸 * 이 차가운 비 속에서도 너는 우리 모두를 위해 서 있구.. 좋아하는 詩 2012.09.13
멸치의 아이러니 - 진은영 * 멸치의 아이러니 - 진은영 멸치가 싫다 그것은 작고 비리고 시시하게 반짝인다 시를 쓰면서 멸치가 더 싫어졌다 안 먹겠다 절대 안 먹겠다 고집을 꺾으려고 어머니는 도시락 가득 고추장멸치볶음을 싸주셨다 그것은 밥과 몇개의 유순한 계란말이 사이에 칸으로 막혀 있었지만 뚜껑을 .. 좋아하는 詩 2012.09.12
파란 가을의 시 - 곽재구 * 파란 가을의 시 - 곽재구 가을에는 먼 길을 걷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며 걷고 파란 강물을 따라 걷고 언덕 위의 파란 바람을 따라 걷습니다 가을에는 마주치는 이의 얼굴도 파랗습니다 염소를 몰고 가는 할머니의 주름살도 파랗고 계란이 왔어요 번개탄이 왔어요 장돌림 봉고차의 스피커.. 좋아하는 詩 2012.08.31
꽃봇대 - 함민복 * 꽃봇대 - 함민복 전등 밝히는 전깃줄은 땅속으로 묻고 저 전봇대와 전깃줄에 나팔꽃, 메꽃, 등꽃, 박꽃......올렸으면 꽃향기, 꽃빛, 나비 날갯짓, 벌 소리 집집으로 이어지며 피어나는 꽃봇대, 꽃줄을 만들었으면 * * 곡선 사랑은 곡선이다 곡선의 씨앗은 하트♡다! * 마흔 번째 봄 꽃 피기 .. 좋아하는 詩 201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