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나무 정류장 - 박성우 * 자두나무 정류장 - 박성우 외딴 강마을 자두나무 정류장에 비가 와서 내린다 눈이 와서 내린다 달이 와서 내린다 별이 와서 내린다 나는 자주자주 자두나무 정류장에 간다 비가 와도 가고 눈이 와도 가고 달이 와도 가고 별이 와도 간다 덜커덩덜커덩 왔는데 두근두근 바짝 왔는데 암도 .. 좋아하는 詩 2013.05.23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 이기철 *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 이기철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세상 안쪽이 다 만져지는 시를 쓰고 싶다 가보지 않은 마음에도 금잔화는 피고 안 보이는 길 끝에도 어제까지 없던 집이 새로 지어진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람의 말이지 풀들의 말이 아니다 말없이도 사랑하는.. 좋아하는 詩 2013.05.20
한포천에서 - 함민복 * 한포천에서 - 함민복 도끼날로 얼음장 찍어 구멍 뚫어놓으면 양잿물에 삶은 빨래 한 함지박 이고 와 살얼음 걷어내며 빨래 헹구던 어머니 시려 팔목까지 붉다 푸르던 손 그 물가 둑에서 아카시아 열매 푸르르륵 푸르르륵 삭풍에 울었지 물여울이 풀어지는 무릎노리 물속에 들어가 파릇.. 좋아하는 詩 2013.05.20
도라지밭에서 - 함민복 * 도라지밭에서 - 함민복 길을 가다가 도라지 밭에 올라가보았지요 꽃 들여다보고 있으면 주인도 혼내지 못할 것 같았고 혼내도 혼나지 않을 것 같았지요 고향집 장독대 뒤에 피어 있던 도라지꽃도 까마득 진 줄 모르고 피어났지요 도라지 대궁 도라지 잎들은 무뚝뚝한데요 하얀색 보라.. 좋아하는 詩 2013.05.20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함민복 *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함민복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 좋아하는 詩 2013.05.20
축우지변 - 이상국 * 축우지변(畜牛之變) - 이상국 힘이 든다 소를 몰고 밭을 갈기란 비탈밭 중간 대목 쯤 이르러 다리를 벌리고 오줌을 솰솰 싸면서 소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바뀌면 내가 몰고 너희가 끌리라 그런 날 밤 콩섞인 여물을 주고 곤히 자는 밖에서 아무개야 아무개야 불러 나가보니 그가 날개.. 좋아하는 詩 2013.05.11
한국의 아이 - 황명걸 * 한국의 아이 - 황명걸 배가 고파 우는 아이야 울다 지쳐 잠든 아이야 장남감이 없어 보채는 아이야 보채다 돌멩이 가지고 노는 아이야 네 어미는 젖이 모자랐단다 네 아비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단다 네가 철나기 전 두 분은 가시면서 어미는 눈물과 한숨을 아비는 매질과 술주정을 벼 몇.. 좋아하는 詩 2013.05.11
연애에 대하여 - 이성복 * 연애에 대하여 - 이성복 1 여자들이 내 집에 들어와 지붕을 뚫고 담 넘어간다 손이 없어 나는 붙잡지 못한다 벽마다 여자만한 구멍이 뚫려 있다 여자들이 내 방에 들어와 이불로 나를 덮어 싼다 숨 막혀 죽겠어! 이불 위에 올라가 여자들이 화투를 친다 숨 막힌 채로 길 떠난다 길 가다 외.. 좋아하는 詩 2013.05.11
독수리 - 김정환 * 독수리 - 김정환 잘난 사람들은 모른다 내 날개는 바로 어깻죽지의 운명이라는 것을. 날아오르는 날개는 없다. 내 무게보다 더 무거운 어떤 떠받침이 있을 뿐. 숭배보다 더한 그 무엇이 있을 뿐. 지상의 짐승의 시체를 파먹으며 내 날개가 느끼는 것은 유가족 집단의, 집단적인 위의(威儀.. 좋아하는 詩 2013.04.23
찬란 - 이병률 * 찬란 - 이병률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 좋아하는 詩 2013.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