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학교 - 이정록 * 왜가리 -아버지학교 7 - 이정록 저수지 비탈 둑에서 뛰어다니던 왜가리 때문에 엄청 웃은 적 있지? 메뚜기 잡아다 새끼 주랴 제 헛헛한 허구리 채우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술 취한 막춤을 보며 박장대소했지. 부리나케 일어나서는, 밀친 놈 없나? 비웃는 놈 없나? 두리번거리던 꼬락서니.. 좋아하는 詩 2013.06.17
여름 다 저녁 때의 초록 호수 - 고재종 * 여름 다 저녁 때의 초록 호수 - 고재종 이제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지만 아직도 숲속 골짜기에는 산 절로 물 절로 하는 호수들이 있긴 있는 것이다. 마을 뒷산 속에 있는 그 중 하나를 나는 황혼 무렵이면 찾는데 늘 산영이 잠겨 푸르게 물들어버린 호수 위로 우선 밀잠자리며 실잠자.. 좋아하는 詩 2013.06.17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 강제윤 *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 강제윤 견딜 수 없는 날들은 견디지 마라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그리움을 견디고 사랑을 참아 보고 싶은 마음, 병이 된다면 그것이 어찌 사랑이겠느냐 그것이 어찌 그리움이겠느냐 견딜 수 없이 보고 싶을 때는 견디지 마라 견딜 수 없는 .. 좋아하는 詩 2013.06.17
녹비(綠肥) - 정일근 * 녹비(綠肥) - 정일근 자운영은 꽃이 만발했을 때 갈아엎는다 붉은 꽃이며 푸른 잎 싹쓸이하여 땅에 묻는다 저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당신이 탄식할지라도 그건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다 꽃 피워서 꿀벌에게 모두 공양 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자운영은 땅에 묻혀 땅의 향기.. 좋아하는 詩 2013.06.13
바람 부는 날 - 박성룡 * 바람 부는 날 - 박성룡 오늘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 새 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말갛게 쓸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만 있음을.. 좋아하는 詩 2013.06.07
백주대낮에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치는 이유 - 문성해 * 백주대낮에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치는 이유 - 문성해 이 시절에는요 여자들이 시렁 위에 얹힌 작지만 앙칼진 칼 하나씩 손에 들고 나오는데요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쳐도 암말 못하는 건 지천에 내걸린 풋것들을 오살지게 베어다 서방과 새끼들을 거두기 때문인데요 이 시절에는요 세.. 좋아하는 詩 2013.06.07
냇물 - 김명리 * 냇물 - 김명리 지천의 봄빛들은 한결, 서쪽으로 떠서 동쪽으로 기우는 것 아닐까 젖은 산마루 눈 녹는 허리께에 비끼는 저 엷은 발걸음 겨우내 전나무 솔가지에 움츠리던 멧새떼, 그 아래 너럭바위 음각된 반야경(般若經) 한 소절 제 흥으로 응얼대듯 오는 사월은, 우리 사는 마을의 꽃가.. 좋아하는 詩 2013.05.31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 장석남 *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섬진강에서 - 장석남 어미 소가 송아지 등을 핥아 준다 막 이삭 피는 보리밭을 핥는 바람 아, 저 혓자국! 나는 그곳의 낮아지는 저녁해에 마음을 내어 말린다 저만치 바람에 들菊 그늘이 시큰대고 무릎이 시큰대고 적산가옥 청춘의 주소 위를 할퀴며 흙.. 좋아하는 詩 2013.05.28
도장골 시편 -부레옥잠 - 김신용 * 도장골 시편 -영실(營實) - 김신용 누구의 배고픔 속에 깃들었다가 새롭게 싹을 얻는 일, 뿌리를 얻는 일 그렇게 새의 먹이가 되어, 뱃속에서 살은 다 내어주고 오직 단단한 씨 하나만 남겨 다시 한 생을 얻는 일 * 도장골 시편 -부빈다는 것 안개가 나뭇잎에 몸을 부빈다 몸을 부빌 때마다.. 좋아하는 詩 2013.05.28
에델바이스 - 이윤학 * 에델바이스 - 이윤학 초승달이 설산(雪山) 높이에서 눈보라에 찌그러지면서 헤매는 것, 내가 얼마만큼이라도 너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창문보다 높은 골목길 발자국이 뜸한 새벽녘 설산 어딘가에 솜털 보송한 네가 있다기에 나는 아직도 붉은 칸 원고지에 소설을 쓰는 거다 너와.. 좋아하는 詩 201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