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무 - 정희성 * 그리운 나무 - 정희성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 좋아하는 詩 2013.12.05
견디는 잎새 - 공광규 * 견디는 잎새 - 공광규 누구에게나 여름은 짧구나 시간의 단두대 앞에서 고개 떨구지 않는 자 없다 서리가 한 번 치니 푸른 잎들 다 내린다 내일 바람 불면 남아 있을 잎 없겠다 동지들 다 가고 없는데 오는 겨울 어떻게 맞을 것인가 다시 길을 묻는 수밖에 질문을 사냥개처럼 물고 늘어져.. 좋아하는 詩 2013.11.18
그리움이 먼 길을 움직인다 - 맹문재 * 그리움이 먼 길을 움직인다 - 맹문재 먼 길에서 바라보는 산은 가파르지 않다 미끄러운 비탈길 보이지 않고 두릅나무 가시 겁나지 않고 독오른 살모사도 무섭지 않다 먼 길에서 바라보는 기차는 한산하다 발 디딜 틈 없는 통로며 선반에 올려진 짐꾸러미 보이지 않는다 먼 길에서 바라.. 좋아하는 詩 2013.11.13
후산경 네 편 - 황지우 * 후산경(後山經) 네 편 - 황지우 봄 밤 소쩍새가 밤새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피로써 제 이름을 한 천만 번 쓰고 나면 일생이 두렵지 않을까 누가 나를 알아볼까 두근거리는 것도 내 여직 거기에 붙들려 있음이니 어두운 봄밤 돌담길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내가 못내 피하면서도 사람이 내.. 좋아하는 詩 2013.11.07
산경(山經) - 황지우 * 산경(山經) - 황지우 무릇 經典은 여행이다. 없는 곳에 대한 地圖이므로. 누가 아빠 찾으면, 집 나갔다고 해라. 利他心은 利己心이다. 그러나 利己心은 利他心은 아니다. 내가 군대에서 배운 유일한 교훈은, 위장의 死活性이었다. 요즘은 종일 집구석에 있소.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무릇 .. 좋아하는 詩 2013.11.01
물에게 길을 묻다 - 천양희 * 물에게 길을 묻다 -수초들 - 천양희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물속에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물속에서 물만 먹고 살았지요 물먹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물보라는 길게 물을 뿜어 올리고 물결은 출렁대며 소용돌이 쳤지요 누가 돌을 던지기라도 .. 좋아하는 詩 2013.10.10
저녁의 운명 - 이병률 * 저녁의 운명 - 이병률 저녁 어스름 축대 밑으로 늘어진 꽃가지를 꺾는 저이 저 꽃을 꺾어 어디로 가려는 걸까 멍을 찾아가는 걸까 열을 찾아가는 걸까 꽃을 꺾어 든 한 팔은 가만히 두고 나머지 한 팔을 저으며 가는 저이는 다만 기척 때문이었을까 꽃을 꺾은 것이 그것도 흰 꽃인 것이 .. 좋아하는 詩 2013.10.10
흰 별 - 이정록 * 흰 별 - 이정록 볍씨 한 톨 매만지다가 앞니 내밀어 껍질을 벗긴다 쌀 한 톨에도, 오돌토돌 솟구쳐 오른 산줄기가 있고 까끄라기 쪽으로 흘러간 강물이 있다 쌀이라는 흰 별이 산맥과 계곡을 갖기 전 뜨물, 그 혼돈의 나날 무성했던 천둥 번개며 개구리 소리들 문득 내 머리 속에 논배미.. 좋아하는 詩 2013.10.04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 좋아하는 詩 2013.09.30
세상에! 보고픈 당신 - 성기완 * 세상에! 보고픈 당신 - 성기완 세상에! 보고픈 당신 당신이 날 보고프다시면 나는 늘 세상 밖으로 달려가요 당신이 계신 곳은 어디든 세상 밖 세상이 모르도록 깊이 잠든 당신 나는 세상 밖의 남자이므로 세상이 몰라도 당신 곁에 있어요 바로 곁에 꿈이라면 꿈속에 삶이라면 그 속에 보.. 좋아하는 詩 201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