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 이문재 * 농담 -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좋아하는 詩 2009.02.16
누나야 - 반칠환 * 누나야 - 반칠환 누나야 다섯살 어린 동생을 업고 마실갔다가 땀 뻘뻘 흘리며 비탈길 산지기 오두막 찾아오던 참대처럼 야무진, 그러나 나와 더불어 산지기 딸인 누나야 국민학교 때 '코스모스 꽃잎에 톱날 박혀 있네 톱질하시던 아버지 모습 아련히 떠오르네' 동시를 지어 백일장에 장.. 좋아하는 詩 2009.02.16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 좋아하는 詩 2009.02.10
춘설(春雪) - 정지용 * 춘설(春雪) -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묏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좋아하는 詩 2009.02.05
얼음 풀린 봄 강물 - 곽재구 * 얼음 풀린 봄 강물 -섬진마을에서 - 곽재구 당신이 물안개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냥 밥 짓는 연기가 좋다고 대답했지요 당신이 산당화꽃이 곱다고 애기했을 때 나는 수선화꽃이 그립다고 딴말했지요 당신이 얼음 풀린 봄 강물 보고 싶다 말했을 때는 산그늘 쪽 돌아앉아 오리.. 좋아하는 詩 2009.02.05
수선화 - W.워즈워드 * 수선화 - W.워즈워드 골짜기와 언덕 위로 높이 날으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이다 문득 한 무리를 보았네 호숫가 나무아래 미풍에 하늘하늘 춤추는 금빛 수선화의 무리를 은하수에 반짝이는 별들처럼 이어져 물가 따라 끊임없이 줄지어 뻗쳐 있는 수선화 즐겁게 춤추며 고개를 까딱이는 .. 좋아하는 詩 2009.02.05
백치 애인 - 신달자 * 백치 애인 - 신달자 나에겐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를, 그리워하는지를 그는 모른다. 별 볼일 없이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날게 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좋아하는 詩 2009.02.03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 좋아하는 詩 2009.01.20
목포 - 문병란 * 목포 - 문병란 더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와서 동백꽃처럼 타오르다 슬프게 시들어 버리는 곳 항상 술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잘못 살아온 반생이 생각나고 헤어진 사람이 생각나고 배신과 실패가 갑자기 나를 울고 싶게 만드는 곳 문득 휘파람을 불고 싶은 곳이다 없어진 삼학도에 가서 .. 좋아하는 詩 2009.01.19
책 - 김수영(金秀映) * 책 - 김수영(金秀映) 책을 한권 가지고 있었지요. 까만 표지에 손바닥만한 작은 책이지요. 첫장을 넘기면 눈이 내리곤 하지요 바람도 잠든 숲속, 잠든 현사시나무들 투명한 물관만 깨어 있었지요. 가장 크고 우람한 현사시나무 밑에 당신은 멈추었 지요. 당신이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자 .. 좋아하는 詩 2009.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