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戀歌 - 박정만 * 작은 戀歌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좋아하는 詩 2008.12.25
새 - 천상병 *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 좋아하는 詩 2008.12.24
새 - 천상병 * 새 - 천상병 가지에서 가지로 나무에서 나무로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 아니 저승에서 이승으로 새들은 즐거이 날아 오른다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대자대비(大慈大悲)처럼 가지 끝에서 하늘 끝에서...... 저것 보아라 오늘 따라 이승에서 저승으로 한 마리 새가 날아 간다 좋아하는 詩 2008.12.24
설일(雪日) - 김남조 * 설일(雪日) -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 좋아하는 詩 2008.12.24
바람 - 박경리 * 바람 - 박경리 흐르다 멈춘 뭉게구름 올려다보는 어느 강가의 갈대밭 작은 배 한 척 매어 있고 명상하는 백로 그림같이 오로지 고요하다 어디서일까 그것은 어디서일까 홀연히 불어오는 바람 낱낱이 몸짓하기 시작한다 차디찬 바람 보이지 않는 바람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뚫고 지나가.. 좋아하는 詩 2008.12.21
맨발 - 문태준 *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 좋아하는 詩 2008.12.18
화분 - 문태준 * 화분 - 문태준 사랑의 농원에 대하여 생각하였느니 나는 나로부터 변심하는 애인 나의 하루와 노동은 죽은 화분에 물을 부어주었느니 흘러 흘러갔어라 먼 산 눈이 녹는 동안의 시간이 죽은 화분에 물을 부어주었느니 풀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풀이 와 어떤 곳으로부터 와 풀은 와서 돋.. 좋아하는 詩 2008.12.18
百年 - 문태준 * 百年 - 문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 좋아하는 詩 2008.12.18
주먹눈이 내리는 해변을 걸어가오 - 문태준 * 주먹눈이 내리는 해변을 걸어가오 - 문태준 주먹눈이 내리는 해변을 걸어가오 신(神)은 변성(變聲)을 하오 나는 무일푼이오 당신은 애써 해변 묘지를 보여주고 돌아갔소 마음이 무일푼이 되어 행복하오 주먹눈은 웅얼웅얼하오 신은 공중에 예배당을 지으오 얼금얼금하오 사람에게 주먹.. 좋아하는 詩 2008.12.18
완화삼 - 조지훈 * 완화삼 (玩花衫) - 조지훈 - 木月에게 차운 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 좋아하는 詩 2008.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