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강 - 박남철 * 겨울강 - 박남철 겨울 강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돌 하나를 던져본다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쩡, 쩡, 돌을 뜅기며, 쩡, 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이, 쩡 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이, 쩡, 쩡 아예 되기도 전에 다 .. 좋아하는 詩 2008.11.20
따뜻한 얼음 - 박남준 * 따뜻한 얼음 -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 좋아하는 詩 2008.11.20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 좋아하는 詩 2008.11.19
流謫 (유적) - 조용미 * 유적(流謫) - 조용미 오늘밤은 그믐달이 나무 아래 귀고리처럼 낮게 걸렸습니다 은사시나무 껍질을 만지며 당신을 생각했죠 아그배나무 껍질을 쓰다듬으면서도 당신을 그렸죠 기다림도 지치면 노여움이 될까요 저물녘, 지친 마음에 꽃 다 떨구어버린 저 나무는 제 마음 다스리지 못한 .. 좋아하는 詩 2008.11.18
즐거운 편지 - 황동규 *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 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 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 좋아하는 詩 2008.11.16
사랑법 - 강은교 * 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좋아하는 詩 2008.11.16
여승 - 송수권 * 여승(女僧) - 송수권 어느 해 봄날이던가, 밖에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서 고뿔을 앓았다. 문을 열면 도진다 하여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장짓문에 구멍을 뜰어 토방 아래 고깔 쓴 여승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다 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 좋아하는 詩 2008.11.13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진다 - 신달자 *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진다 - 신달자 지금 어렵다 해서 오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기다림뒤에 알게 되는 일상의 풍요가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쓰지 말자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확실한 목표를 가.. 좋아하는 詩 2008.11.12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 이성진 *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 이성진 언제나 그대에게는 빛나는 별이고 싶습니다 언제나 그대에게는 햇살 좋은 해님이고 싶습니다 언제나 그대에게는 슬픈 마음은 빼고 좋은 것만 주고 싶습니다 이 세상으로 와서 그대와 함께 동행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詩 2008.11.11
천은사에서 - 권오표 * 천은사(泉隱寺)에서 - 권오표 다 두고 오게 그저 빈 손으로만 오게 천왕봉 골짜기를 타고 와 겨드랑 밑 잠든 상채기를 할퀴는 바람도 섬짐강 물줄기를 오르는 은어떼 투명한 몸둥이에 머무는 저리 눈부신 한 웅큼 햇살마저도 다 두고 가게 그저 빈손으로만 가게 경인년이던가 시린 하늘 .. 좋아하는 詩 2008.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