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刺繡) - 허영자 * 자수(刺繡) - 허영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靑紅)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르른다, 남향 햇볕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내올 듯 머언 극락정토(極樂.. 좋아하는 詩 2008.11.08
겨울사랑 - 문정희 * 겨울 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좋아하는 詩 2008.11.07
연가(戀歌) - 신중신 * 연가(戀歌) - 신중신 새는 잠이 들었다 ㅡ 밤물결 소리 새벽 지나며 박꽃 벙글 듯 그댄 그렇게 찾아오려나 ㅡ 달빛 아래 나무울짱 골목길로 길게 뻗은 덩굴장미 가지는 바람 한 번 불 때 서너 번 흔들렸다 매달린 꽃의 무게만큼 더 무겁게 흔들렸다 어쩌자고 저렇게 뻗어서는 삼백육십오.. 좋아하는 詩 2008.10.17
사랑의 향기 - 윤보영 * 사랑의 향기 - 윤보영 밀봉해둔 차도 시간이 지나면 그 향이 옅어지지만 뚜껑없이 담아둔 그대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해집니다 차 향은 밖으로 나가 세상에 담기고 그대 생각은 내 안에 들어와 그리움에 담기고 좋아하는 詩 2008.10.17
남편 - 문정희 *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 좋아하는 詩 2008.10.16
해 넘어가기 前 한참은 - 김소월 * 해 넘어가기 前 한참은 - 김소월 해 넘어가기 전 한참은 하염없기도 그지없다 연주홍물 엎지른 하늘 위에 바람의 흰 비둘기 나돌으며 나뭇가지는 운다 해 넘어가기 전 한참은 조마조마하기도 끝없다 저의 맘을 제가 스스로 늦구는 이는 복 있나니 아서라, 피곤한 길손은 자리잡고 쉴지.. 좋아하는 詩 2008.10.08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 울음이 타는 가을江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江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좋아하는 詩 2008.10.03
목숨의 노래 - 문정희 * 목숨의 노래 - 문정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좋아하는 詩 2008.10.01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處女인 부끄러운 .. 좋아하는 詩 2008.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