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 백석 * 모닥불 -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쭉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헌겊 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깃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 좋아하는 詩 2009.01.13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 김영랑 *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좋아하는 詩 2009.01.13
설날 아침에 - 김종길 *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歲)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에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물 앞에 하였거든 그것.. 좋아하는 詩 2009.01.01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좋아하는 詩 2009.01.01
오늘을 보내면서 - 최다원 * 오늘을 보내면서 - 최다원 오늘을 살면서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가슴 뛰는 일이다 여백이 머물러 잠시 숨을 고를 때 그려보며 젖어보고 음미하는 시간은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황홀함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오늘을 지나면서 보고픈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해가 기울 .. 좋아하는 詩 2008.12.31
노숙 - 김사인 * 노숙 -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좋아하는 詩 2008.12.30
기다림 - 이재무 * 기다림 - 이재무 초겨울 인적 드문 숲속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위태위태한 빨간 슬픔의 홍시 하나의 마음으로 기다린다 아직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생애 꿀꺽 삼켜올 큰 입 가진 임자를 좋아하는 詩 2008.12.26
주막(酒幕) - 백석 * 주막(酒幕) - 백석 호박잎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 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八)모알상이 그 상 위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한 잔(盞)이 뵈였다 아들 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 울파주 밖에는 장군들을 따러와서 엄지의 젖을 .. 좋아하는 詩 2008.12.26
저녁눈 - 박용래 * 저녁눈 -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 좋아하는 詩 2008.12.26
백자부(白磁賦) - 김상옥 * 백자부(白磁駙) - 김상옥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노다 드높은 부연 끝에 풍경(風磬)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 틈.. 좋아하는 詩 200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