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 - 조이스 킬머 * 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 좋아하는 詩 2009.03.18
겨울밤 0시 5분 - 황동규 * 겨울밤 0시 5분 - 황동규 별을 보며 걸었다. 아파트 후문에서 마을버스를 내려 길을 건너려다 그냥 걸었다. 추위를 속에 감추려는 듯 상점들이 셔터들을 내렸다. 늦저녁에 잠깐 내리다 만 눈 지금도 흰 것 한두 깃 바람에 날리고 있다. 먼지는 잠시 잠잠해졌겠지. 얼마 만인가? 코트 여며 .. 좋아하는 詩 2009.03.18
기원 - 이은상 * 祈願 - 李殷相 푸른 동해 가에 푸른 민족이 살고있다 태양같이 다시 솟는 영원한 不死身이다 고난을 밝히고 일어서라 빛나는 내일이 證言하리라 산 첩첩 물 겹겹 아름답다 내 나라여 자유와 정의와 사랑 위에 오래거라 내 역사여 가슴에 손 얹고 비는 마음 이 겨레 잘 살게 하옵소서 눈.. 좋아하는 詩 2009.03.17
내소사에서 쓰는 편지 - 김혜선 * 내소사에서 쓰는 편지 - 김혜선 친구여 오늘은 너에게 내소사 전나무숲의 그윽한 향기에 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너에게 내소사 솟을꽃살문에 관한 얘기를 해주고 싶다 한 송이 한 송이마다 금강경 천수경을 새겨 넣으며 풍경소리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냈을 누군가의.. 좋아하는 詩 2009.03.12
편지 - 오세영 * 편지 - 오세영 나무가 꽃눈을 피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 뒤안길에서 홀로 서 있던 수국 그러나 시방 수국은 시나브로 지고있다 찢어진 편지지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 꽃이 진다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나무가 마지막 연서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 꽃잎 우.. 좋아하는 詩 2009.03.12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 최두석 * 구스타프 클림트 - 이탈리아 정원 풍경 1913년 유화 110X110cm *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 좋아하는 詩 2009.03.12
매화삼경 - 이외수 * 매화삼경(梅花三更) - 이외수 그대 외로움이 깊은 날은 밤도 깊어라 문 밖에는 함박눈 길이 막히고 한 시절 안타까운 사랑도 재가 되었다 뉘라서 이런 날 잠들 수가 있으랴 홀로 등불 가에서 먹을 가노니 내 그리워한 모든 이름들 진한 눈물 끝에 매화로 피어나라 좋아하는 詩 2009.03.09
홍매 - 정수혁 * 홍매 - 정수혁 가지마다 눈을 흩고 봄빛을 독차지해 산호로 깎아 낸가 송이 송이 눈부시다 아리따운 젊은 여인 애교 흠뻑 머금은 듯 향기 바람 절로 일어 정든 임을 애태우네 좋아하는 詩 2009.03.09
선운사에서 - 최영미 *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갈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 좋아하는 詩 2009.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