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萬 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人跡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0) | 2008.10.03 |
---|---|
목숨의 노래 - 문정희 (0) | 2008.10.01 |
산행 - 허형만 (0) | 2008.09.28 |
달밤 - 임길택 (0) | 2008.09.25 |
난초 - 이병기 (0) | 2008.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