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먹눈이 내리는 해변을 걸어가오 - 문태준
주먹눈이 내리는 해변을 걸어가오
신(神)은 변성(變聲)을 하오
나는 무일푼이오
당신은 애써 해변 묘지를 보여주고 돌아갔소
마음이 무일푼이 되어 행복하오
주먹눈은 웅얼웅얼하오
신은 공중에 예배당을 지으오
얼금얼금하오
사람에게 주먹눈만 한 풋잠이 있었으면 하오
한 사랑의 숨이 꺼지는 것을 보오
눈망울은 해변의 모래알처럼 젖으오
하늘에선 눈물을 따르는 소리가 나오
쪼르륵 쪼르륵 바닷새가 날으오
이별은 이별을 뒤따라가오
* 문태준시집[그늘의 발달]-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