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그 곱던 얼레지 꽃 - 박남준

효림♡ 2009. 4. 17. 08:06

* 그 곱던 얼레지 꽃 -어느 정신대 할머니에 부쳐 - 박남준

 

다 보여 주겠다는 듯, 어디 한 번 내 속을 아예 들여다보라는 듯

낱낱의 꽃잎을 한껏 뒤로 젖혀 열어 보이는 꽃이 있다 

차마 눈을 뜨고 수근거리는 세상 볼 수 있을까

꽃잎을 치마처럼 뒤집어 쓰고 피어나는 꽃이 있다 

아직은 이른 봄빛, 이 악물며 끌어모아 밀어올린 새 잎에

눈물자위로 얼룩이 졌다 피멍이 들었다 

얼레꼴래 얼레지꽃 그 수모 어찌 다 견뎠을까 

처녀로 끌려가던 연분홍 얼굴에

얼룩얼룩 얼레지꽃 검버섯이 피었다 

이고 선 매운 봄 하늘이 힘겹다 참 고운 얼레지 꽃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0) 2009.04.21
대책 없는 봄날 - 임영조  (0) 2009.04.20
얼레지꽃 지던날 - 김택근  (0) 2009.04.17
얼레지꽃 - 김내식  (0) 2009.04.17
얼레지 - 황학주  (0) 2009.04.17